대한의사협회, 의대 신설 반대, 정원 확대만 잠정 합의
전남도 "삶과 직결된 국민, 지자체 의견 원천 배제" 비판
[무안=뉴시스] 이창우 기자 =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불모지 전남지역 '30년 숙원사업'인 국립의대 설립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진통 끝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의협이 또 다시 의대 신설 '절대 불가' 입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통해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한 가운데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방법 등은 추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의료 현안을 논의하는 테이블이 가동됐지만 의료서비스에 목말라 하는 국민과 지자체는 원천 배제돼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전남도를 비롯해 경남 창원, 경북 포항, 인천광역시, 경기 포천·동두천시 등 지자체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협은 '의사 인력 확대는 의대 신설이 아닌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종전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의협은 최근 이러한 입장을 담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결과를 회원들에게 서신을 통해 알렸다.
의협은 서신에서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신설을 통한 인력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는 점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복지부에 강조했다"며 "복지부도 이런 전제사항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러한 잠정 합의 내용은 그간 정부와 의협에 필수 의료인프라 확충과 초고령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의대 신설 필요성을 꾸준히 촉구해온 지자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현안을 직능단체인 의협하고만 협의하는 데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수혜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시민·전문가·지자체 등이 논의과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철저히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의 의료현안협의체엔 시·도민이나 지자체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없다"며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의료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려면 전문가, 시·도민, 지자체 의견도 충실히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전남지역에선 민의를 대변한 각종 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의대 설립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의과대학이 없어 매년 70만명의 전남도민이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고, 이로 인한 의료비 유출만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해서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지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고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대 설립은 시급한 실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러한 절박함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전남 의대 신설을 촉구했다.
당시 김 시자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 등 공공성이 담보된 지역 맞춤형 국립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 지사는 오는 14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전남 의대 신설을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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