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부드럽고, 아름답고, 순수해요."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동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수많은 무대들을 선보이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뛰어난 테크닉과 철저하고 설득력 있는 해석, 매혹적인 음색으로 세계 클래식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인 부모 아래서 자란 그는 미국과 독일 시민권자다. 줄리아드 음대에서 조엘 스미어노프를 사사했고, 2006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9년 뉴욕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2011년 보를레티-부이토니 트러스트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뒤티외의 바이올린 협주곡 '꿈의 나무'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2021년 예일대 음대 교수로 임명됐다.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되는 등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히델리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인 루체른 심포니와 함께 오는 27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30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오는 7월1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5번, 프란츠 슈레커 인터메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들려준다.
하델리히는 10일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베토벤 협주곡은 제가 8살 때부터 연주한 작품이고,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며 "저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베토벤은 이 작품을 초연 며칠 전에 완성했고, 초연 때 협연자는 거의 초견으로 연주했다"며 "수년간의 공부 끝에 이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느껴지는데, 초연을 생각해보면 도대체 어떤 소리가 들렸을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보통 솔로 바이올린이 특히 아주 높은 음역대에서 천사와도 같이 노래하는 협주곡이에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긴밀한 시간으로 채워지는 장르죠. 바이올린 파트는 항상 오케스트라와 대화하고, 무대 위의 모든 음악가들 사이 의사소통은 실내악과 같아야 합니다. 그룹 내의 관계, 개인적인 케미스트리 또한 무시할 수 없어요."
히델리히는 "이 작품에서 오케스트라는 반주 그 이상의 위치를 갖고있기 때문에 바이올린 레퍼토리에서 약간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독주 바이올린은 악보에서 단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고, 이 작품에서는 주제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많은 순간을 동행한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얼마나 완벽하고, 얼마나 단순하며 친밀하고 또 인간적인지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베토벤의 작품을 더 잘 알아갈수록, 한 사람이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쓰고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히델리히는 "음악가로서 제 목표는 음악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최대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며 "음악은 말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의 제 모습이야말로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제 목소리 같기도 하고요. 제 자신의 일부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죠."
히델리히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 스타크래프트 대회 방송을 즐겨 본다. 열정적인 한국의 클래식팬들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내한 공연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뉴욕에 이사한 후 한국 음식을 먹으러 'K-타운'에 자주 갔어요. 한국 방문을 앞두고 그런 면이 확실히 기대돼요. 서울 외의 다른 지역에 가는 것도 좋고요. 한국과의 다른 연결고리는 스타크래프트에요. 온라인으로 한국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종종 보거든요. 지난해 공연에서 만난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친절한 관객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 다시 돌아갈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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