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구서 잇따라 응급실 찾다가 사망
수술할 의료진 부족 가장 큰문제로 지적
응급실 과밀화, 컨트롤타워 부재도 원인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난달 31일 70대 노인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도로에서 차량에 치였다. 구급차는 10분만에 도착했지만 인근 대형병원들이 중환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입원 불가를 통보했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던 이 남성은 100㎞ 떨어진 의정부의 한 병원으로 향하다가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용인은 물론 수원, 안산 등 병원 11곳에서 입원을 거절당한 결과였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대구 북구의 4층 높이 건물에 10대 학생이 떨어져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를 다쳤다. 이 학생은 병상이나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시간여를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숨졌다. 이 학생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확충을 등 여러 방안들을 내놨지만 응급환자가 병원을 떠도는 문제는 지금 이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료체계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배후진료과 또는 최종진료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술을 할 의료진이 병원에 없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19구급차 재이송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재이송 3만1673건 중 1만1684건(31.4%)이 전문의 부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결과는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1·2차를 합친 재이송 현황으로 1차만 따로 떼어 보더라도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은 1만498건(33.1%)으로 나타났다. 2차 재이송에서도 전문의 부재에 따른 재이송은 1186건(21.4%)으로 가장 많았다.
의료 현장도 의사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응급실 많이 커버할 수 있는 전공의들이 부족해져 각 임상과 교수들이 다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다.
응급실 과밀화도 응급환자 수용곤란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김 이사는 "1차나 2차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경증이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퇴원하고 중증이면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든 환자들이 다 대학병원 권역센터 응급실로 몰리고 있어 과밀화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는 병상 부족과도 맞닿아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고 중증 응급환자를 대응해야 하는 특성상 중환자실 병상도 부족한 실정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무릅쓰고 환자를 수용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병상 부족은 단순히 응급실 내 병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병상 수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경우 응급실 내 의료진이 그만큼 응급처치와 검사 등을 더 많이 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기존 환자 진료 중 실수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규 환자의 유입이나 방문, 전원을 수락하기가 어렵다"며 "많이 환자를 수용해서 기존 응급실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거나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환자나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응급의료체계 컨트롤타워의 부재도 응급실 수용곤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이사는 "응급의료 전체를 컨트롤 하는 게 서울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 하나밖에 없다"며 "응급환자를 전국의 빈 병상과 의사를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여서 지역별 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해 컨트롤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용인 사건도 환자가 갈 병원이 없으면 컨트롤을 해줬어야 했다는 것이 김 이사의 분석이다.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한 현실 속에서 사회적 공분과 부담은 현장 의료진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병원의 응급실 관계자는 "자칫 환자를 수용했다 사망하면 법적 책임져야 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열심히 진료할수록 소송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의료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진료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 자원이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수술팀이 갖춰져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에 빨리 환자를 내려놓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선의로 행한 응급의료조차 치료결과가 나쁠 경우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라며 "이송문의 거절에 대한 언론재판과 실제 법적 처벌까지 가시화될 때 응급의료진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응급의료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지난 3월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대구 북구의 4층 높이 건물에 10대 학생이 떨어져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를 다쳤다. 이 학생은 병상이나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시간여를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숨졌다. 이 학생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확충을 등 여러 방안들을 내놨지만 응급환자가 병원을 떠도는 문제는 지금 이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료체계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배후진료과 또는 최종진료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술을 할 의료진이 병원에 없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19구급차 재이송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재이송 3만1673건 중 1만1684건(31.4%)이 전문의 부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결과는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1·2차를 합친 재이송 현황으로 1차만 따로 떼어 보더라도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은 1만498건(33.1%)으로 나타났다. 2차 재이송에서도 전문의 부재에 따른 재이송은 1186건(21.4%)으로 가장 많았다.
의료 현장도 의사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응급실 많이 커버할 수 있는 전공의들이 부족해져 각 임상과 교수들이 다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다.
응급실 과밀화도 응급환자 수용곤란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김 이사는 "1차나 2차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경증이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퇴원하고 중증이면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든 환자들이 다 대학병원 권역센터 응급실로 몰리고 있어 과밀화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는 병상 부족과도 맞닿아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고 중증 응급환자를 대응해야 하는 특성상 중환자실 병상도 부족한 실정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무릅쓰고 환자를 수용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병상 부족은 단순히 응급실 내 병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병상 수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경우 응급실 내 의료진이 그만큼 응급처치와 검사 등을 더 많이 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기존 환자 진료 중 실수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규 환자의 유입이나 방문, 전원을 수락하기가 어렵다"며 "많이 환자를 수용해서 기존 응급실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거나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환자나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응급의료체계 컨트롤타워의 부재도 응급실 수용곤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이사는 "응급의료 전체를 컨트롤 하는 게 서울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 하나밖에 없다"며 "응급환자를 전국의 빈 병상과 의사를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여서 지역별 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해 컨트롤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용인 사건도 환자가 갈 병원이 없으면 컨트롤을 해줬어야 했다는 것이 김 이사의 분석이다.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한 현실 속에서 사회적 공분과 부담은 현장 의료진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병원의 응급실 관계자는 "자칫 환자를 수용했다 사망하면 법적 책임져야 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열심히 진료할수록 소송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의료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진료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 자원이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수술팀이 갖춰져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에 빨리 환자를 내려놓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선의로 행한 응급의료조차 치료결과가 나쁠 경우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라며 "이송문의 거절에 대한 언론재판과 실제 법적 처벌까지 가시화될 때 응급의료진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응급의료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