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0년 삼성 이끌 '제2의 신경영' 필요
이재용 회장만의 색깔 담은 경영철학 주목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 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당시를 회고하며 자서전에 남긴 말이다. 이 선언을 내놓은 1993년 6월에서 30년이 흐른 2023년 6월, 삼성을 둘러싼 안팎의 경영 상황은 데자뷔처럼 비슷하다.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은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관습을 끊어내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삼성 제품은 동남아 일부 지역에선 가시적 성과를 이뤘지만 선진국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기술 개발 속도는 어느 산업보다 빠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미리 예측한 선행 투자를 최적의 타이밍에 진행해야 했다. 이 신경영 선언 이후 전자제품 불량률은 전년에 비해 30~50%까지 줄었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1위를 달성했다.
최근에도 삼성전자는 불안정한 국제 경제 여건과 자국 우선주의 벽을 높게 쌓은 미국과 중국의 위협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능력은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새로운 삼성을 이끌어갈 자동차 전장,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사업 분야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새로운 30년을 이끌어가기 위해 이건희 선대회장처럼 이재용 회장만의 강력한 '제2의 신경영' 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라는 뜻의 '승어부(勝於父)'는 이재용 회장의 영원한 숙제다. 이재용 회장은 승어부를 위해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품질경영', '1등 삼성' 등을 내세웠다면 이재용 회장은 부드러운 소통을 통한 '인재경영', '사회와의 동행'을 중시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 계열사가 뿌리내린 각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과 소통을 통한 인재 확보 등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본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취임사조차 내놓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영철학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든 것처럼,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전략을 공식화해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삼성을 만드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승어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 회장이 추진하는 경영철학을 분명히 하고 바이오 육성이나 파운드리 분사 등을 통해 매출 30조원 이상의 제2의 삼성전자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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