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우주로" 뉴스페이스 패권 경쟁 속 사이버 위협 수면 위로
위성 해킹, 민간은 물론 군사안보 위기까지 초래…'우주 보안' 논의 물꼬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 해커가 위성 신호를 가로채 전세계 송출되는 위성TV에 방송화면 대신 자신들의 메시지를 알린다. 또다른 해커는 미국 첩보위성을 해킹해 위성으로 고해상 카메라 범죄 조직원들의 동선을 추적, 거주지를 찾아낸다.
공상과학(SF)·스파이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위성 해킹 장면들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과장이 없지 않으나 위성 해킹을 비롯해 우주 사이버 위협이 상상 속 허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공위성 신호를 탈취해 데이터를 빼내거나 방송 송출 화면을 변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요 시설 및 군사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0달러 장비면 위성해킹?…"방송 송출 멈추거나 통신 무력화 공격도 가능"
지난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글로벌 해킹대회 '데프콘(DefCON)'. 이 행사에서 해킹그룹 샤디텔은 300달러(한화 40만원)짜리 무선 송수신 장비 하나로 위성을 탈취하는 해킹 시연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샤디델은 'Hack RF' 장비를 이용해 캐나다 위성 '아닉 F1R'를 하이재킹해 방송 화면 대신 해킹시연과 워게임즈 영화 등을 송출했다. '아닉 F1R'은 2020년에 폐기된 퇴역 위성이다.
그룹 리더 칼 코셔는 현지 인터뷰에서 "위성들은 기본적으로 위성에 보내는 모든 신호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많은 방송국들이 위성 업링크 공간을 임대해 방송하고 있기 때문에 서류 작업과 소정의 수수료만으로 라이선스를 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성을 해킹하는데 고가의 장비나 고도의 해킹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위성 시스템 등 우주 자원을 겨냥한 사이버 위협은 이미 현실화됐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비아샛 해킹공격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위성 네트워크 기업 비아샛이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우크라이나군의 위성 통신망이 일시 마비됐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비아샛 해킹 배후엔 러시아군 정보조직 러시아총정찰국(GRU)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실 세계 첫 위성 해킹사고는 1986년에 발생했다. 당시 미국 전기기술자 존 맥두걸이 위성 전파를 납치해 HBO방송을 5분간 중단시켰다. 그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벌금 5000달러를 선고 받았다.
너도나도 우주시대…뉴스페이스 경쟁 속 군침 흘리는 해커
2025년을 목표로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시작한 미국 정부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선저우 16호를 발사한 직후 국무부 브리핑을 갖고 우주 외교 전략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 외교전략이다. 중국의 '우주굴기'를 견제하고 우주 자원 경쟁에서 미국 리더십을 굳히겠다는 속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도 실제 상용 위성을 실은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독자우주수송기술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 정부는 2032년 달 착륙·자원 채굴 시작, 2045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이를 위한 전담조직 우주항공청(가칭)을 연내 출범할 계획이다.
2008년 스페이스X의 등장 이후 이른바 '뉴스페이스(민간 주도·참여 우주산업)'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는 물론 각국 정부까지 우주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위성 인터넷 통신 보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스페이스X에 맞서 아마존은 광대역 인터넷통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세계적으로 이같은 뉴스페이스 기업이 오는 2027년까지 1만개 이상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 144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뉴페이스 시대 개막과 맞물려 우주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 사이버 위협이 향후 미래 사회를 위협할 잠재적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가령, 위성 발사와 활용이 대중화되면서 위성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찾아내 안테나를 통해 전송되는 정보를 차단하거나 변조하는 위성 해킹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기지 등 GPS 정보를 통한 안보 위협도 우려되고 있으며, 해커가 마음만 막으면 위성통신을 고강도 무선 주파수 공격 무기로까지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용홍택 한양대 공과대학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위성 시스템을 해킹해 위성들을 서로 충돌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 궤도에 우주 쓰레기가 급증하면, 결국 인간의 우주 활동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우주인터넷이 핵심인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우주 사이버보안에 대한 초동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