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 밀리면 끝" 韓기업들, '민관 협력' 강조

기사등록 2023/05/31 17:37:56

최종수정 2023/05/31 18:06:06

네이버, 카카오, SKT, KT, LG '초거대 AI' 제언

"AI 기본법, 규제보단 지원 필요 촉구"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국내 기업들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잠식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의 정책 지원을 촉구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주권'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전자 실무자들이 참석해 초거대 AI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민관협력을 강조했다. 챗GPT가 촉발한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두 달 만에 월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구글은 AI 챗봇 '바드'를 180여 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냈다.

이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발 맞춰 우리 정부도 지난 4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산업 육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기본법에도 규제보단 지원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 AI LAB센터장은 "경쟁력 있는 자국어 중심 초거대 AI 기술과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며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세제, 공동투자, 데이터, 규제 제도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한국어를 잘 쓰는 것과 한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국내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한국어 데이터의 많은 양을 해외 기업에 공개하는 것은 글로벌 빅태크의 국내 AI 시장 잠식을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이어 하 센터장은 "규제는 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며 "AI 기술 산업 글로벌 리더십을 전제로 안전한 활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국회·정부·지자체가 보유한 문서를 AI가 읽을 수 있도록 가공 및 공개해야 한다"며 "민간 클라우드 기반의 초거대 AI를 통해 공공업무 생산성 극대화, 사회문제 등을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훈 카카오 AI 정책지원 이사는 "혁신의 마중물로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 및 R&D 체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AI 모델 학습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지원 및 학습데이터의 지속적인 수집과 공급이 필요하다"며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책정해 AI R&D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AI 경쟁은 미국, 중국, 유럽, 제3세계(한국·이스라엘) 등으로 나누어져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등 첨단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선도적인 AI 기술과 규범을 확보하지 못하고, 해외 AI 기술·규범에 의존하게 된다면 AI 주권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유철 LG AI연구원 부문장은 "AI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충격을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AI 자체 기술 육성에 방점을 찍고,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정책적 조치를 순차적으로 마련하여 실행함으로써 국제적인 우수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성석함 SKT 정책협력 담당 부사장은 "AI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사전규제·경성규제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나 법적인 모호성은 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을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선행기술 개발 관련 정부의 지원과 함께 인프라 구축 및 산업 생태계 측면의 보다 과감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 부사장은 "초거대 AI의 등장으로 컴퓨팅 인프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내 반도체 시장 성장을 위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진형 KT Large AI 사업담당 상무는 "국가 차원의 대·중소 상생 협력 지원을 통한 국가 AI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저비용, 저전력 국산 반도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글로벌 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에 대한 지식재산 관련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국내 기업이 초격차 수준의 AI 기술력을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AI 주권을 확보를 위한 정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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