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공동기획으로 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은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 작가 중심의 전위적 작품 활동을 한 국내 작가들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이기도 하다.
1960-70년대 당시 국제 사회는 68혁명, 반전 평화운동, 페미니즘 등으로 인식의 전환기를 맞았으며, 한국은 6.25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한 산업의 압축 성장으로 사회는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당시 경제 개발의 물질적 풍요와 정치·사회적 억압 등의 사회 변화는 일상에서 ‘나’를 중심으로 예술의 의미를 모색해 온 청년 작가들에게 모순된 토대로 작용했다.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주장, 보수화된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발하며 그룹 또는 개인으로 기존의 회화, 조각의 영역을 벗어나 오브제와 입체미술, 해프닝, 이벤트와 영화,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을 전위적 ‘실험미술’의 이름으로 포괄하며 역동적인 사회 현상을 조망한 이들의 전위적 실험 작품과 자료를 소개한다.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전위적 실험미술의 양상들을 소개한다.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의 신진 예술인그룹의 활동과 이들이 연합하여 개최한 '청년작가연립전'(1967)을 통해 국전(國展)과 기성 미술계를 비판하고 ‘반(反) 미술’과 ‘탈-매체’를 최초로 주창한 청년예술가들의 주요 작품과 해프닝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도심 속, 1/24초의 의미’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시행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살펴본다. 실험미술의 선두에서 활동했던 김구림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를 상영하고, 또 김구림이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을 감쌌던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를 재해석해 새롭게 제작한 드로잉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가 최초 공개된다. 미술, 영화, 패션, 연극, 무용, 종교, 문학을 넘나드는 실험적 작업을 시도한 ‘제4집단’이 도심에서 펼쳤던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1970.8.15.) 등의 해프닝도 자료로 소개한다.
‘전위의 깃발아래 –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1970년대 초 실험미술 그룹과 개인들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아방가르드의 주체로 자리잡은 한국아방가르드 협회의 청년작가들은 이론지 'AG'를 발간하고, 산업화된 ‘도시 환경과 문명’을 주제로 반(反)미학의 일상성과 탈(脫)매체적 다양성을 추구하여 작품세계를 확장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판화를 실험의 매체로 삼아 AG 디자인 정체성을 작품화하는 장르융합적 면모도 보여주었다.
'“거꾸로” 전통'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의 특수한 관계를 다룬다. 통상 전위미술이 전통의 부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통예술의 재발견을 통해 ‘거꾸로’ 그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아부다비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인 이승택의 '무제(새싹)'(1963/2018)와 '무제(낫)'(1969)등을 선보인다. 전통의 재발견을 통한 전위적 실험미술의 행보는 한국미술의 탈서구화 및 전통과 현대의 긍정적 계승으로 이어졌다.
‘‘나’와 논리의 세계: ST’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논리와 이론의 토대를 정립하며, 한국미술에 개념적 설치미술과 이벤트를 맥락화한 전위미술단체‘ST(Space&Time)’학회(1971-1981)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이들은 예술개념의 문제를 분석·철학적으로 접근하여 매체의 본질을 언어에서 찾고자 했으며 동서양 이론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사진, 사물, 행위, 이벤트 등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하였다. 대표 작품으로 이건용의 '신체항'(2023), '손의 논리'(1975), '신체 드로잉 76-1 78-1'(1978) 등,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1974)와 ‘미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을 실험한 '거울'(1975), '사과'(1976) 등이 소개된다.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
당시 청년작가들의 돌파구가 되었던 해외 비엔날레와 AG의 '서울비엔날레'(1974),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를 상호 교차하여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면모를 선보인다. 1960-70년대는 국제 교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특히 제8회 '파리비엔날레'(1973), 제13회'상파울로비엔날레'(1975) 등은 한국의 젊은 실험미술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심문섭의 '현전'(1974-1975), 박현기의 '무제(TV돌탑)'(1982),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 당시 작품들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