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반환 대출 완화될까…또 다른 피해 우려도

기사등록 2023/05/24 08:00:00

최종수정 2023/05/24 11:18:55

임대인 DSR 완화 시 은행 선순위 근저당권 증가

후순위로 밀린 세입자, 전세보증금 떼일 우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낮아진 역전세 발생 건수가 최근 3개월간 약 1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3.04.2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낮아진 역전세 발생 건수가 최근 3개월간 약 1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3.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정부가 집주인에 대한 세입자퇴거조건부전세반환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집주인이 역전세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자금을 돌려주기는 수월해지지만,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은행 선순위 근저당권이 과도하게 잡힌 주택에 살아야 한다. 집주인의 자금난 발생 시 세입자는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에 밀려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전세퇴거자금대출 잔액은 16조66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보다 46%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역전세로 집주인의 자금 수요가 그만큼 급증했다는 것을 뜻한다. 역전세란 부동산 시장 악화로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 집주인들이 정부에 DSR 등 대출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DSR 한도에 막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퇴거자금대출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의 DSR을 완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이 떨어져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대출을 터주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전세퇴거자금대출 DSR 완화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 대한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대출규제 완화에 따라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은 커지지만,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는 은행 선순위 근저당권이 과도하게 잡힌 주택에 살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집주인이 갭투자 등 잘못된 자금운용으로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은행의 선순위 채권에 밀려 전세보증금을 떼이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선순위 근저당권이 많아지면 오히려 세입자들이 들어오길 꺼리는 문제가 있다"며 "세입자가 이를 감안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은행 선순위 채권에 밀려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은행권 입장에서는 전세퇴거자금대출 관련 DSR 완화에 따라 가계부채가 늘고 연체율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0.2%였다. 3월말 기준으로도 전월 대비 유사했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1800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권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입자를 위한 대책인데 오히려 후순위 세입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외에 여러 차원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국토부·기재부와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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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반환 대출 완화될까…또 다른 피해 우려도

기사등록 2023/05/24 08:00:00 최초수정 2023/05/24 1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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