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식단 제공 권고에 손 많이 가는 메뉴 감소
잡곡밥 대신 백미밥…보관 용이한 김치는 증가
"학생·학부모·영양사 만족하는 식단 구비 필요"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코로나19가 초등학교 급식 메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상대적으로 조리 과정이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들은 제공 횟수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간편 식단 제공 등을 통해 학생 간 접촉 최소화를 권장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식품영양학회에 따르면 한국교통대 식품영양학과 이호진 교수팀은 전국 초등학교 300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 6월과 7월, 코로나19 상황 이후인 2020년 6월과 7월의 급식 메뉴별 제공 횟수를 조사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국 또는 찌개의 경우 국의 제공 횟수가 찌개나 탕의 제공 횟수보다 많았다. 탕류 음식중 하나인 삼계탕의 경우, 2019년도 7월 193회 제공됐으나 2020년 7월 179회 제공으로 1.2% 감소했다. 연구팀은 “감염병 발생 초기인 20202년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메뉴가 주로 제공됐다”며 “상대적으로 조리시간이 길게 소요되는 삼계과 같은 메뉴의 제공 횟수가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식인 밥 종류에서도 코로나19 발병 전후로 차이를 보였다. 백미밥은 코로나19 발생이전인 2019년 6월 146회, 7월 178회 제공됐으나 코로나 발생 이후인 2020년 6월과 7월에는 각각 213회, 288회 제공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코로나19 초기 조리시간을 단축할 메뉴 위주로 제공되면서 조리시간이 긴 잡곡밥보다 백미밥의 제공 횟수가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라면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6월 63회, 7월 60회가 제공됐지만 2020년 6월과 7월 각각 73회, 74회로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제공된 비율이 약 4%에서 5.4%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은 “라면의 경우 높은 저장성으로 식수 인원 변화가 심한 감염병 상황에서 급격하게 식사 인원이 감소 혹은 증가하는 데 대처하기 쉬운 식재료”라는 점은 동의했지만 “감염병 등의 위기 상황에서 영양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 학부모, 영양교사, 영양사 등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다양하고 편리하게 제공될 수 있는 식단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찬의 경우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돈가스, 치킨, 탕수육, 햄버그스테이크 등의 제공 횟수가 코로나19 이후 늘었다. 연구팀은 “해당 메뉴들의 경우 완제품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약 50%에 달한다”며 “완제품을 이용하는 경우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완제품을 사용한 메뉴의 제공 횟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치 역시 제공 횟수가 증가했다. 김치 제공 횟수가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시차제 배식 등을 통한 배식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리된 음식의 온도 관리가 어려웠고 ▲감염병 상황에서 조리인력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구매품을 쉽게 제공할 수 있고 ▲냉장고에 보관해 온도 관리가 쉬운 시판 김치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후식의 경우 오렌지, 키위와 같은 과일류의 제공 횟수도 증가했지만 사과주스, 요구르트, 요구르트, 포도주스 등과 같은 완제품의 제공 빈도도 많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완제품, 가공식품 등의 제공 횟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감염병 발생 초기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이라며 “시차제 배식으로 인한 배식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처리 작업의 양이 많은 메뉴보다는 가공식품의 제공 횟수가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코로나19에 따른 초등학교 급식 메뉴 제공 빈도의 변화’는 한국식품영양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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