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이후 소고기·돼지고기 가격 상승세
야외 활동 증가 및 단기간 공급 차질 분석
WOAH,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 힘들 듯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4년여 만에 찾아온 구제역으로 축산 물가가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공급 부족으로 먹거리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구제역 백신 청정국 지위 획득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한우 수출 판로를 확대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전날까지 충북 청주시 및 증평군 한우 농장 10곳과 염소 농장 1곳 등 총 11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인 우제류에서 생기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으로 국내 발생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 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당 1만6058원으로 구제역 발생 전인 10일(1만4999원)보다 7.1%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 11일 ㎏당 6380원으로 한 달 전인 4월12일(5356원)보다 19.1% 뛰었다. 이후 지난 18일 ㎏당 5928원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가격은 ㎏당 2만6340원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달과 캠핑과 같은 야외 활동 증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소비가 늘어난 데 이어 정부의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우제류 이동 제한으로 단기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고 살처분 마릿수도 미미하기 때문에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백신 부실 접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확산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제역이 더 번질 경우 가뜩이나 오를 대로 오른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지난 2월(-2.0%)부터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지 한우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산 쇠고기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내려갔다.
한우농장 중심으로 구제역이 확산하면 소고기 공급이 막히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실제 전국에서 소·돼지 350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고기 가격이 40% 이상 폭등한 바 있다. 반대로 구제역 발생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한우 수요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축산물 가격이 불안정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최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구제역 확산으로 축산물 가격이 상승한다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꿈틀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2011년 살처분 정책에서 백신 정책으로 전환한 다음 2014~2019년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소 공급에 영향을 줄 만큼 살처분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살처분도 소고기 공급에 큰 충격을 줄 정도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우 가격의 하락 추세를 막기 위해 한우 수출 판로를 확대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농식품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어 올해 한우 수출량을 지난해(44t)의 5배 수준인 200t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 직전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청정국 지위 회복은 무산됐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위해서는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1년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구제역 비 청정국은 청정국으로 한우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농식품부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우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청정국 지위 획득을 전제로 수출을 논의 중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의 한우 수출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차관은 "현재 소고기를 홍콩에 수출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소고기들을 말레이시아에 지속적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가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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