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시 카드정보 탈취 주의보…"안심설정 신청하세요"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코로나 '엔데믹(Endemic)'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 도난이나 분실, 복제에 따른 부정사용도 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해외여행 중 카드 사용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부정사용 건수와 금액은 2만1522건, 64억2000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8%, 30.7%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국내외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도난이나 분실로 인한 부정사용도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해외의 경우 사고 발생시 대처가 용이치 않다는 점을 노려 갈수록 사고액이 커지고 있으며 사기 수법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실제 카드 부정사용액은 해외가 건당 128만9000원으로 국내(24만1000원)의 5.35배에 달한다.

올해에는 대체공휴일이나 여름 휴가철 등을 이용해 해외 여행자 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여행시 카드 부정사용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카드 정보 탈취에 따른 부정거래가 있다. 해외 레스토랑이나 기념품점 등에서 카드 결제를 빌미로 실물 카드 인도를 요청한 후 카드 정보를 탈취해 온라인에서 부정사용하는 사례다.

실제 A씨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직원으로부터 카드 단말기가 멀리 있다며 카드를 건네줄 것을 요청받고 의심없이 카드를 건넸다. A씨의 카드를 받은 직원은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번호 등을 빼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했다.

해외에서는 카드 도난에도 주의해야 한다. 카드사들은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난 사고에 대비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IC칩 탈취 등의 교묘한 수법을 통해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일례로 동남아 여행 중 마사지 업소에 방문해 가방과 지갑을 탈의실에 보관한 국내 여행객의 카드를 훔친 범인이 IC칩을 바뀌치기해 빈 카드에 입히는 수법으로 귀금속 가게에서 거액을 부정사용한 일도 있다. IC칩 자체를 빼간 탓에 해당 거래는 카드사의 FDS 감시망을 피해갔다.

실물카드의 마그네틱선 복제가 쉬운 점을 노린 이른바 '스키밍 수법'도 주의해야 한다. 복제기를 통해 마그네틱 정보를 복사해 가는 것인데 해외 편의점 등에 설치된 사설 ATM기의 투입기에 복제기를 심어놓는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해외여행시 발생할 수 있는 카드 부정사용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출국 전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를 신청할 것을 권유했다.

해당 서비스를 신청해 카드 사용 국가, 1일 사용금액, 사용 기간 등을 설정하면 거액의 부정결제를 막을 수 있다. '해외출입국정보활용' 동의을 통해 출국 기록이 없거나 입국이 확인된 이후에는 해외 오프라인 결제를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드 도난·분실에 의한 부정사용이 전체 부정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사고 발생 즉시 카드사에 카드 정지 또는 재발급을 신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국 전 카드사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카드분실신고 전화번호를 메모해두면 빠른 신고에 도움이 된다.

또 '결제알림 문자서비스'를 신청하면 카드 승인내역을 문자로 제공해 부정사용 발생시 조기에 대처할 수 있다.

아울러 사기범의 조작이 가능한 해외 사설 ATM기 사용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카드를 맡기지 말고 반드시 본인 눈앞에서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카드 부정사용은 카드 회원의 과실 정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적용되는데 카드 뒷면에 서명을 해놓는 등 작은 주의만 기울여도 보상률이 높아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뒷면에 반드시 서명하고 해외여행시 가족 명의 카드를 챙겨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결제편의를 위해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 카드 회원의 뒤늦은 분실신고로 인한 부정사용은 보상률이 낮아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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