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작
여름 앞두고 청년 1인가구 걱정 커져
"이미 고정지출 감당 어려운 상황"
"바우처 등 정부 지원책 늘려달라"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을 겪은 청년들이 여름을 앞두고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평년 이상으로 무더운 폭염 예보까지, 올여름을 어떻게 날지 막막하다는 말과 함께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장관은 전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오른다. 1인 가구 평균 사용량으로 계산할 경우, 한 달에 약 2000원 정도를 추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이 느끼는 부담은 이보다 훨씬 컸다. 이들은 입을 모아 각종 대출이자, 공과금, 생활비 등으로 고정지출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씨(29)는 "지난 겨울 난방비가 한 달에 3, 4만원씩 올라 고생했다. 그땐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에서 이불을 덮고 버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은 전기장판이라는 비교적 돈이 덜 드는 대체재가 있지만, 여름엔 습기때문에라도 에어컨을 틀어야 하지 않나. 이미 전세 대출이자도 올라 한 달 고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다가올 여름이 많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씨(30)는 "전기·가스 요금이 오르기 전보다 더 아끼며 사는 것 같은데 요금 통지서를 받을 때마다 매달 늘어나는 액수에 놀라게 된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률과 공과금 인상률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이 아닌 은행이나 서점, 카페에서 잔무를 하고 에어컨을 쐬며 돈을 아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강모씨(30) 역시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긴 한데, 벌써 덥다"며 "원래 에어컨을 달고 살았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할 거 같다. 등목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청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씨는 "청년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정부 바우처나 지원책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취업 후 서울 성동구에 첫 자취방을 얻은 김모씨(27)는 "아직 사회 초년생인데 월세 내고 인상된 전기요금까지 내면 저축할 돈이 남긴 할까 싶다.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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