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농협 직원 극단적 선택…경찰, 직장상사·노무사 송치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지난 1월 전북 장수농협에서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장수농협 간부 1명과 당시 조사를 맡은 공인노무사를 검찰에 넘겼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장수농협 간부 A씨와 공인노무사 B씨를 각각 협박과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이모 씨의 상사였던 A씨는 이 씨에게 "명령 불복종이다"라고 말하는 등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이 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는 이씨와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던 중 공인노무사법에서 규정한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 12일 이씨는 장수농협 앞에 주차된 차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는 장수농협 간부 A씨 등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 가족 등에 따르면 A씨의 괴롭힘은 그가 장수농협 센터장으로 부임한 지난해 1월부터 지속됐다. A씨는 때때로 이씨의 부유한 가정 형편을 이야기하며 "이씨네는 부자라서 재수가 없다", "부자니까 킹크랩을 사라", "왜 직장에 있는 코로나19 신속검사키트를 사용하냐, 다시 채워놔라"는 등 조롱하기도 했다.

또 A씨는 이씨가 자신의 직장인 농산물센터 앞에 주차를 했음에도 "왜 주차를 편하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이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는 "매수철인 10월에 결혼을 하는 농협 직원이 어디 있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는 등 폭언을 해댔다.

결국 이씨는 이러한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27일 결혼을 2주가량 앞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당시에는 다행히 가족의 신고로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 때 A씨는 자신의 지인인 공인노무사 B씨에게 조사를 맡겼다. 이후 B씨는 조사과정에서 취득한 내용을 A씨에게 전달하는 등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했고, 농협 측에 유리한 조사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킹크랩을 사오도록 강요한 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인멸한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킹크랩을 사오긴 했으나 폭력이나 협박이 없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부분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치정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7일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 2달여간의 감독 끝에 A씨가 이씨에게 사망 직전까지 면박성 발언을 하고 킹크랩을 사오라고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이씨가 이를 사측에 신고하자 서면으로 부당한 업무명령을 내리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여기에 A씨는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 B씨를 선임했고 그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또 해당 농협이 조기출근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4억원 상당의 '공짜 노동'을 하게 하고, 1주 12간 연장근로 한도를 총 293회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취업규칙 변경사항을 신고하지 않고, 정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총 15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도 적발됐다.

고용부는 사측에 과태료 총 6700만 원을 부과하고 총 6건과 관련해 형사입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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