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정상화 지연되면 국가경제 파장"
"요금인상 적기에 불가피, 이해 부탁"
[세종=뉴시스]이승주 임소현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전기요금 관련 국민들께 부담을 드리는 것에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 한전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오늘자로 한전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전은 이날 총 25조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구방안을 발표했다.
한전은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이에 정치권 등에서는 정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동안 정 사장은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며 사퇴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전남 나주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위기 극복 의지를 결의하는 동시에 자구방안을 발표하는 동안, 정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이날 오전 본사에서 한전의 자구책이 발표된 뒤 오후 1시30분께 이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이후 유보됐던 전기요금 조정 절차의 첫 단추인 자구노력 계획을 발표하게 돼 다행"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는 한전이 경영정상화로 가는 길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오늘 발표한 자구노력 및 경영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당분간 한국전력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다가오는 여름철 비상전력 수급의 안정적 운영과 작업현장 산업재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부탁했다. 정 사장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된다"며 "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한전채 발행 증가로 금융시장 왜곡과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감안해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1년이 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한전은 국민경제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에 한전 임직원의 땀방울이 녹아있음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진정한 국민 기업이자 국가 자산인 한전이 국민 여러분께 신뢰를 회복하고 든든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9월 한전 사장에 취임했다. 1965년 서울 출생으로 경성고,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행시 33회로 동력자원부 법무담당관실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방사성폐기물과장, 반도체전기과장, 가스산업팀장 등을 거쳤다.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한 뒤 가스공사 사장을 맡았다. 한전 사장에 취임하기 전 제1차관이었던 정 사장은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란 점과 임기 내 한전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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