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 국경, '타이틀 42' 해지 몇시간 앞두고 대혼란

기사등록 2023/05/11 20:32:24

최종수정 2023/05/11 22:00:06

3년간 코로나 이유로 불법입국 현장서 즉시 추방

해지와 함께 수십 년간의 관행 '체포후 석방' 재개

멕시코 접경도시 후아레스에 모여있던 미국 불법입국 시도자들이 국경 철벽 뒤의 미 텍사스주 앨패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긴 줄을 서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 접경도시 후아레스에 모여있던 미국 불법입국 시도자들이 국경 철벽 뒤의 미 텍사스주 앨패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긴 줄을 서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3000㎞에 달하는 멕시코 접경의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 입국자로부터 확실하고 화끈하게 막아주었던 미 연방의료법 내 '타이틀(항) 42'가 11일 자정(한국시간 12일 하오1시)를 기해 국경에서 무효화된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타이틀 42는 국제적 위해의 전염병이 창궐해서 미국에 퍼질 위험이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국경을 무조건 닫아버리는 연방 정부 조치다,

멕시코 접경 국경을 개미 한 마리 못 들어오게 막아버리는 것이 필생의 소원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보수 세력은 국경 봉쇄가 민주당과 법원의 저지로 유명무실해 가던 중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라는 천재일우의 호기를 만났다.

트럼프의 반이민 책사 스티브 밀러는 1910년 대 만들어진 타이틀 42를 찾아내 이를 팬데믹 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적용한다고 선언한다. 비자 발급과 공식 입국 지점을 통한 합법적 입국 및 이민을 제외하고는 미국 국경 통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그간 비자 발급 '없이도'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고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알려준다. 이 같은 예외 때문에 미국 남부 국경은 중남미는 물론 중국, 아프간, 북한 등 세계 거의 모든 나라서 몰려온 '불법' 입국시도자 무리로 철강제의 국경 펜스가 무너질 지경이다.

예외는 미국 국경도 '망명(Asylum)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국제협약이 만들어주었다.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한 무수한 사람들은 망명해야 할 처지임을 증거할 자료를 품 속 깊숙히 간직하고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며 90%가 얼 마 못가 국경수비대에 체포된다. 불법 입국자들은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는 편이다.

밀입국 조직 가이드들은 어디로 가면 보다 빨리 미 국경수비대에 잡힐 수 있는지를 큰 사업 비밀로 하고 있다. 미 국경수비대는 국경을 불법 월경하다 잡힌 타국인들을 그 자리에서 국경 밖으로 추방해버릴 권한이 없다. 수비대는 이들을 수용소로 인계하는 권한뿐이며 수용소는 보름 안에 이들을 추방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이때도 함부로 추방할 수 없어 확실한 범죄 전과자 외에는 대부분 석방되는데 무엇보다 그 석방 지역이 불법으로 입국한 '미국 국내'라는 점이 불법 입국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석방은 미국 이민재판소 출두 날짜가 결정되고 통고될 때까지 미국 안에서 머무를 수 있다는 한시적 체류 허용을 말한다.

이민재판소에서 망명이 필요한 처지를 입증할 수 있으면 망명자로 영구 미국 체류가 허용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추방된다. 그러나 미국서 이민 판사와 대면하려면 평균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즉 그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6개월만 지나면 미국서 정식으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이 '붙잡은 뒤 풀어준다'는 미국 불법입국자 처리 매뉴얼에서 파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전염병 예방 국경봉쇄의 타이틀 42는 국경수비대에게 붙잡은 불법입국자를 망명 의사 같은 것을 물어가며 수용소에 이송하는 대신 그대로 국경밖으로 추방해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환호할 수밖에 없는 법 조항인데 이 타이틀 42가 3년만인 11일 연방 대법원에 의해 적용 무효가 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미 국경수비대는 동일인을 이중 계산해서 220만 번의 불법입국자 체포와 즉시 추방을 실행했다.

타이틀 42가 해지되면 미국 불법입국자들은 즉시 추방 대신 수용소에 인계되고 이 중 70%는 재판 날짜까지 미국에 체류할 증을 얻을 수 있다.

불법이민을 막기는커녕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온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타이틀 42가 해지되더라도 "망명 신청자에게 미국 국경이 그대로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고 국경 펜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입국시도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즉 중남미에서 올 경우 지리적 순서로 보아 미국보다 먼저 있는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지 않고 미국에 월경하면 진짜 불법 입국으로 그대로 추방될 것이라는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 말에 타이틀 42 해지 이후의 미국 입국을 포기할 불법입국 시도자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은 불법 입국한 뒤 붙잡히더라도 미국 안에서 재판 날짜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멋진' 나라라는 인식을 씻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타이틀 42가 해지되면 하루 1만5000명 정도가 미 남부국경에서 불법입국 월경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 총 550만 명에 달한다.
   
멕시코 후아레스 땅에서 맞은편 미 텍사스 앨패소로 넘어가기 위해 불법입국자들이 철벽 국경을 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 후아레스 땅에서 맞은편 미 텍사스 앨패소로 넘어가기 위해 불법입국자들이 철벽 국경을 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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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부 국경, '타이틀 42' 해지 몇시간 앞두고 대혼란

기사등록 2023/05/11 20:32:24 최초수정 2023/05/11 2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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