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드림뜰 힐링팜' 치유농업 경험기
농진청, 2026년까지 치유농장 모델 20종 육성
[완주=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저희 농장에서는 꽃, 허브, 동물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스트레스나 우울감 감소를 체험할 수 있는 치유 농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시골 정취가 물씬 나는 골목 끝자락에 다다르자 드넓은 농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9900㎡(3000평) 규모의 치유농장 '드림뜰 힐링팜'으로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청록을 머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으로 둘러싸인 치유 카페를 지나 길가의 식물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다 보니 산양, 미니피그, 토끼, 오골계, 강아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물농장도 보였다.
2014년부터 '드림뜰 힐링팜'을 운영 중인 농장주 송미나 대표는 "이곳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줘야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는 취지다.
이곳의 모든 자연은 '치유의 자원'으로 활용된다. 손에 가위까지 쥐여주며 길가에 펴 있는 허브, 데이지, 수국, 작약 등을 직접 꺾게 하고 향기를 맡게 한다. 활짝 핀 수국 앞에서 가위질을 주저하자 농장 관계자는 "여기 있는 모든 꽃들은 꽃바구니에 활용하셔도 된다"며 채집을 권하기도 했다. 이렇게 채집한 꽃으로 직접 꽃바구니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송 대표의 언니이자 심리치료 전문가인 송은혜 이사는 이곳에서 '명상'을 담당한다. 녹색이 가득한 숲길을 산새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여럿이 모여 명상을 할 수 있는 평상이 나온다. 이곳에서 눈을 감은 채로 바람을 느끼고, 새 소리를 듣고, 흙 내음을 맡다 보니 어느새 평안함과 안정감이 찾아왔다. 이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드림뜰 힐링팜'은 일반인뿐 아니라 장애인 복지관, 학교 아동, 치매안심센터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에만 완주군 치매안심센터, 성요셉 요양원, 지역아동센터, 사랑의 집 등에서 148회의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전주교육청 진로직업체험 협약기관으로 지정받았고 완주교육청 지정체험터로도 선정됐다.
'드림뜰 힐링팜'과 같은 치유농장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7~2021년 234곳이었던 치유농장은 지난해 353개로 늘었다. 치유 프로그램 참여자도 2020년 1408명에서 2021년 2만7000명, 지난해 8만40000명으로 급증하는 등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의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치유농업 효과도 뚜렷했다. 농진청이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치유농업과 연계해 진행한 결과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수는 각각 16.3%, 9.5% 감소했다. 노인 주간보호 서비스의 경우 우울감은 17.7%, 스트레스 지수는 11.2% 낮아졌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치유 농업 육성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2~2026년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도입해 치유농업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치유농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은 이달 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농진청은 2026년까지 사회서비스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사회 서비스와 연계하는 치유농장 모델을 20종 육성할 방침이다. 올해는 교육부의 위(Wee) 프로젝트, 복지부의 정신건강 증진사업·재가급여·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지원 등 치유농장 대표모델 육성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치유농업과 사회서비스의 유기적인 정책 연계를 통한 참여자 만족도를 높이고 사회서비스 예산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농가 수익구조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