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초 72건 중 9건 낙찰…12.5%
작년 하반기 갈수록 번번이 유찰…매수세↓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돈 되는 자산을 모두 팔아 치우는 방향으로 추진 중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놓은 족족 시장에서 외면 당하는 분위기다. 적자 해소를 위해 자산 매각 절차를 추진하더라도 당장 현금화를 통한 적자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전일까지 한국전력이 진행한 물건은 총 72건이다. 이중 약 12.5%에 해당하는 9건만 낙찰, 나머지는 유찰되거나 취소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한국전력이 진행한 물건 130건 중 31.5%인 41건이 낙찰됐는데,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낙찰률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1일부터 12월말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된 물건 88건 중 18건이 낙찰, 나머지는 유찰 또는 취소됐다. 즉 낙찰률은 20.4%가 됐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 2~3년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점차 침체되고 있다. 부동산 경·공매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줄어들며, 번번이 유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 가격이 일정 비율로 낮아지는 구조다. 이에 매수세가 적어 여러 차례 유찰을 경험한 경매 물건은 감정가 대비 낮은 가격에 낙찰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진행하는 공매의 경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자산을 다루는 만큼 해당 기관이 이 비율을 설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두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했다. 해당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매물 종류에 따라 최저입찰가 할인 비율을 줄이든 동결하든 때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한전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이 비율을 동결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일부 매물의 경우 유찰될 때 일정 비율로 할인되도록 설정했다"면서 "경기가 침체될 수록 매수세가 줄어드는 만큼 빈번하게 유찰되면서 제 값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현재 32조원이 넘는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 가치가 있는 부동산 대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해 왔다.
검토 대상으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와 여의도 남서울지역본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한전은 부산 서면에 위치한 부산울산본부와 서울 노원구 한전 인재개발원, 강동구의 강동송파지사, 동작구 관악동작지사 등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부동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적자 해소를 위해 매물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이를 제대로 팔아 현금화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줄줄이 유찰되는 분위기가 올해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어떤 매물을 처분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은 물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익률 높게 처분하기 위해 일률적인 공매가 아닌 매각 방식을 다양화하는 전략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해 의정부변전소 부지를 감정가의 3배인 2945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그 비결로 한전 관계자는 "매각 시 입지와 개발 잠재력 등을 고려해 최초로 '제안 공모형 매각' 방식을 도입한 것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금리에 대한 부담은 이전보다 완화됐지만 여전히 수요가 얼어붙은 상태"라며 "올해에도 경공매 시장을 포함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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