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실적 호조…한화 기업결합으로 '한국형 록히드마틴' 탄생
올해 방산수출 목표액 200억 달러…이종섭 "'드림팀' 되기 위해 노력"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윤석열 정부 들어 방산분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 수출액은 170억 달러로, 한화 23조원에 달했다. 방산업체들의 수주 잔고는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출 호조를 기록했다.
"나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은 방위산업 수출에 적극 팔을 걷어 붙였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스스로를 '영업사원'으로 칭하며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당부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전 세계 누비며 K-방산 세일즈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방산수출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방산 수출이 원전과 건설 등 다른 분야의 산업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범정부 방산 수출지원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 첫 해외순방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선택했다. UAE가 우리나라로부터 지대공미사일 '천궁-Ⅱ',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수입하는 등 K-방산에 대한 관심을 표하자 방산 세일즈를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이다.
특히 경제사절단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등 방산 3사를 포함시켜 방산 협력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 약속을 받았다. 방산과 관련해서는 KAI의 '다목적수송기(MC-X) 국제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포함해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이 외에도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다연장로켓 천무 등 최대 40조원어치 '수출 잭팟'을 터트리는 등 K-방산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후 국무회의에서도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다.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 모두 다 이 나라의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출잔고만 100조…K-방산기업들 '함박웃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대우조선해양, 현대로템 등 5개 사의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0조483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2조6586억원의 수주 잔액을 보유해 전체 잔액의 5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KAI(24조5961억원), LIG넥스원(12조2651억원),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사업(6조4213억원), 현대로템(4조5423억원) 등을 기록했다.
실적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37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지난해 수주한 K-9 자주포, 현무 수출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IG넥스원도 천궁-Ⅱ 수출 등에 힘입어 지난해 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LIG넥스원이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1976년 금성정밀로 창립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이 외 KAI는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4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8월 폴란드에 K-2 흑표 전차 180대를 납품하기로 계약한 현대로템도 전년 대비 84% 늘어난 1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통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탄생시킨 것도 방산업계에서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한화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육·공군), 대우조선해양(해군) 등을 통해 육해공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한화는 "단순한 이익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올해 방산수출 목표는 '200억 달러'…시장 전망은 '맑음'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국방부는 올해 방산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원팀'을 넘어 '드림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은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현재 수출 추진 중인 다양한 국산 무기체계들의 수출 성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업체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다행히 올해 K-방산의 수출시장 전망은 '맑은' 상태다. 우리 기업들의 제조 능력과 가격경쟁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제 질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방산 구매력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올해도 K-방산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한국 방산 수출의 지속적 증대 방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사점과 선진 방산전략을 위한 제언'이란 국방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산을 대체할 무기체계를 찾는 체코·슬로바키아·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말레이시아·호주 및 몇몇 중남미 국가의 높은 수주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런 성장 추세는 2023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 방산 강국인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으로 국제 방산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협력 우방국과의 신뢰 강화 ▲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지원체계 정비 ▲미국 방산시장 진출 등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그는 미국시장 진출과 관련해 "연간 약 50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방산 수출 증대엔 한계가 있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MOU) 체결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실에 방산 수출 지원 전담부서 설치도 제안했다. 강 청장은 "대통령실에 방산 수출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한다면 일원화된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로서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출 현장에서 방산 업체와 협업하는 활동 창구를 방사청으로 일원화하고, 방사청 활동을 적시에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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