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 보이저호 임무 언제까지?[사이언스 PICK]

기사등록 2023/04/30 10:00:00

최종수정 2023/04/30 10:16:54

나사, 보이저 2호 예비 전력 활용…2026년까지 수명 연장 예상

4년 예상했던 보이저 임무, 50년 갈까…보온 대신 동력 확보 집중

인류 과학 탐사 새 문 연 보이저…교신 끊겨도 우주 여행은 안 멈춰

[서울=뉴시스]우주를 항해 중인 보이저 1호 탐사선 상상도. (사진=나사)
[서울=뉴시스]우주를 항해 중인 보이저 1호 탐사선 상상도. (사진=나사)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로 불리는 보이저 우주 탐사선이 적어도 오는 2026년까지는 성간 우주 탐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수명이 보다 연장된 보이저 2호 탐사선은 지난 1977년 8월20일 발사된 이후 지구에서 약 198억㎞ 떨어진 곳에서 46년째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초 4년 계획으로 출발했던 보이저 프로젝트가 벌써 10배를 훌쩍 넘어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보이저 2호는 선체 전압 안전장치를 위해 할당해뒀던 예비 전력 저장소 사용을 시작했다. 예비 전력까지 활용함으로써 보이저 2호의 수명은 기존의 예상보다 더 긴 2026년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보이저 1호의 경우 임무 초기 일부 탑재 장비가 고장나 2호보다 장비 운용을 더 적게 하고 있고, 그만큼 여유 전력이 남아있는 편이다. 물론 똑같이 수십년 동안 비행 중인 보이저 1호도 출력이 많이 떨어져 있기에 나사는 2호에서의 예비 전력 효과를 보고 1호에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2025년 수명 종료 예상됐던 보이저…동력 확보 위해 장비 전원 OFF, 2030년까지 버틴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모두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 238의 자연 반감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제너레이터(RTG)'로 자체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플루토늄 238의 반감기는 약 87년으로 이미 출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체 전력 생산에 한계가 도래하면서 당초 보이저 호는 2025년 즈음부터 출력이 떨어져 장비 가동이 멈추고 지구와의 교신도 끊길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뉴시스]지난 1977년 8월20일 발사되고 있는 보이저 2호. (사진=나사)
[서울=뉴시스]지난 1977년 8월20일 발사되고 있는 보이저 2호. (사진=나사)

하지만 지난 수십여년의 항해 기간 동안 나사가 동력 수명 연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중요성이 떨어지는 장비들의 작동을 꺼버렸고, 그로 인해 보이저 호의 예상 수명이 수년 가량 늘어나게 된 것이다.

두 탐사선에 탑재됐던 카메라들은 1989~1990년에 모두 전원을 내렸고, 각종 관측 장비의 보온장치도 이미 20여년째 꺼져있는 상태다. 보이저 2호는 지난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난 이후 이듬해 서브시스템(CRS)의 보온장치를 꺼버리기도 했다.

나사는 향후에도 중요도가 떨어지는 과학장비의 순서대로 보온장치를 추가로 끄는 방안도 고려 중인데, 이같은 노력에도 보이저 호의 전력은 2030년께 완전히 한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뒤 각종 성간 물질 및 우주방사선 등의 영향으로 기체 장비에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지구와의 연결 감도도 약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보이저 호의 전력이 남아있더라도 장비 자체가 완전히 고장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이저 호, 왜 가장 위대한 항해자일까…"이 행성들을 보라"

그렇다면 나사가 이렇게 보이저 호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는 보이저 호의 별명인 '가장 위대한 항해자'에서 알 수 있듯 보이저 호를 통해 인류의 우주 탐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저 2호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아직까지도 태양계 외행성들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을 수 있다. 보이저 2호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이른바 '목성형 행성'을 모두 직접 찾아가 이들에 대한 관측 정보를 지구로 보내줬기 때문이다.
보이저 호가 촬영한 태양계 외행성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성 대적반, 토성의 고리, 해왕성, 천왕성의 모습. (사진=나사)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이저 호가 촬영한 태양계 외행성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성 대적반, 토성의 고리, 해왕성, 천왕성의 모습. (사진=나사)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이저 2호가 태양계 외행성을 방문한 것은 1970~1980년대인데,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태양계 가장 바깥에 있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방문한 탐사선은 보이저 2호가 유일하다.

실제로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해 현재까지 인류가 파악한 대부분의 정보는 모두 보이저 2호의 공로다. 흔히 알려진 두 행성의 고화질 사진들도 빠짐 없이 보이저 2호가 촬영한 작품이다.

이처럼 외행성들의 제대로 된 모습 뿐 만 아니라 구성 물질, 행성 고리의 존재, 행성 주위의 수많은 위성 등 오늘날까지도 우주 탐사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정보 기반을 보이저 2호가 다졌다.

인류 메시지 전하는 '골든 레코드'부터 '창백한 푸른 점'까지…보이저호 항해 계속 된다

이처럼 과학적 산물 뿐만 아니라 보이저 호는 인류의 철학, 문화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보이저 1호와 2호 모두에 실린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의 모습, 지구의 위치 모식도, 인간의 해부도, 지구의 소리, 인류가 보내는 인삿말, 인류가 만든 음악, 문학 작품 등이 담겨있다. 우주를 향해 끝없이 나아갈 보이저 호를 통해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목표에서다.
[서울=뉴시스]보이저 호가 지구에서 약 65억㎞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 원 속의 먼지처럼 보이는 작은 물체가 지구다. (사진=나사)
[서울=뉴시스]보이저 호가 지구에서 약 65억㎞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 원 속의 먼지처럼 보이는 작은 물체가 지구다. (사진=나사)

또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65억㎞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역사에 남을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은 보이저 호가 지구로 보내온 사실상 마지막 사진으로, 가장 먼 곳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으로 기록됐다.

이 사진을 두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리 모두는 이 태양빛 속에서 부유하는 먼지 티끌 위에서 살아왔다.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지구)를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강조했다.

이처럼 위대한 족적을 남긴 보이저 호는 길어야 10년 안에 지구와의 연결을 끊게 된다. 하지만 보이저 호는 그 후에도 끝없이 우주공간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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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 보이저호 임무 언제까지?[사이언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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