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권유에 일본 갔다 간첩으로 몰려…48년만에 형사보상

기사등록 2023/04/26 10:12:06

최종수정 2023/04/26 10:44:04

간첩으로 몰려 유죄…3년6개월 복역

수사 과정에서 고문·진술강요 이뤄져

재심 "증거능력 없어" 무죄…유족 보상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1.07.1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1.07.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친척의 권유로 일본에 다녀온 뒤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의 유족들이 48년 만에 형사보상을 받게 됐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의 배우자에게 형사보상 1억6582만원과 비용보상 600만원, 두 자녀에게 형사보상 각 1억1055만원과 비용보상 각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6일 결정했다.

A씨는 1964년부터 외삼촌 B씨의 권유로 북한 노동당원이 돼 반국가서적 등을 읽거나 북한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또 1967년 일본에 건너가 지령에 따라 암호서신 등을 북한에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병환 치료를 위해 귀국한 뒤에도 B씨와 만나 북한의 지령을 전달 받았다는 혐의도 있었다.

A씨는 1973년 11월 반공법위반 및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됐고, 1975년 징역 3년6개월 및 자격정지 3년6개월 형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A씨는 2018년 3월 사망했고, 이후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2021년 9월 재심개시가 결정됐다.

유족들은 A씨가 당시 경찰 강요에 따라 허위로 진술한 것이고, 일본으로 간 것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일 뿐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탈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B씨와의 회합 역시 외삼촌과 조카 사이로 만난 것일 뿐이라고 했다.

2021년 11월 재심 재판부는 A씨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 수사기관 진술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경찰이 작성한 A씨 동행보고에 구체적 동행 시각이 기재돼 있지 않은 점 등 강제연행의 정황이 뚜렷한 점, A씨가 작성한 진술서가 공소사실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상세해 수사기관의 추궁을 받은 뒤 적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수사 과정에서 불법구금 돼 40일 이상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던 점, 이후 A씨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이 시키는 대로 진술한 것을 후회했다'고 말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참고인들의 진술을 보더라도 'A씨가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을 본 적 없다', '도일 후 고생만 하다 귀국했다는 얘기만 들었다' 등의 내용뿐이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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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권유에 일본 갔다 간첩으로 몰려…48년만에 형사보상

기사등록 2023/04/26 10:12:06 최초수정 2023/04/26 10: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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