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1분기까지 공공기관 효율화 실적점검
재무위험기관 14개 자산 매각 속도 전체 기관 2배
재무평가 배점 10→20점 오른 후 첫 경영평가
"불요불급 기준 불명확…중장기 효과 지켜봐야"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평가 비중을 높이면서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 공공기관들이 자산을 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자산 매각이 실제 공공기관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를 두고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 말까지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에 따라 매각된 공공기관 자산 규모는 1조4332억원이다. 이 중 재무위험기관 14개가 1조546억원을 팔아치웠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와 2021년도 결산 재무지표를 반영해 14개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정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5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9곳은 사업수익성 악화(징후) 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자원공기업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5곳은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2026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재무위험기관 14곳이 향후 5년간 매각하기로 한 자산은 4조3000억원이다. 올해 1분기까지 1조원을 팔아 23%의 진도율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진도율이 2027년 목표(14조5000억원) 대비 9.7%(1조400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업 '재무성과관리'의 배점은 10점에서 20점으로 높아졌다. 경영평가가 성과급 등과 연계되는 만큼 공기업들이 자산매각에 속도를 올린 것이다.
가장 많은 자산을 매각한 곳은 코레일이다. 코레일 광운대, 서울역 북부, 구(舊) 포항역 등 총 4901억원 가량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한전은 한전기술 용인본사 987억원, 한전KPS 212억원 등 총 3835억2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매각했다.
석유공사는 멕시코만 석유개발사업(ANKOR)·카자흐스탄 광구개발사업(ADA) 지분 등 총 790억원 가량을 매각했다.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요불급한 자산 및 비핵심·부실 출자회사 지분 등의 기준이 명확치 않은 만큼 중장기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 공기업의 경우 올해 바뀐 경영평가를 앞두고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같이 속도를 내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이 중장기적으로 공공기업의 운영에 도움이 될 지는 나중에 돼 봐야 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상의 하에 계획적으로 자산을 매각한 것"이라며 "경영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 자산을 급히 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