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슈카, '드릉드릉' 표현 쓴 자막에 사과
남성 시청자들 "문제 용어 사용 직원 해고하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드릉드릉' 대전 벌어져
'드릉드릉'
보통 사람이라면 코를 고는 소리나 자동차 시동을 거는 소리가 떠오를 것이다. 본인도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드릉드릉'이란 용어로 난리가 난 상황을 접하기 전까진 이 단어가 그렇게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경제 유튜버 슈카는 17일 서브채널인 '슈카월드 코믹스'에 올린 영상으로 홍역을 치렀다. 영상 한 장면에 '드릉드릉'이라는 자막이 달리자 남성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이들은 드릉드릉이 이른바 '페미(페미니스트) 용어'이자 '남혐(남성 혐오) 용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항의가 잇따르자 슈카는 해당 영상의 자막을 지우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영상 중에 부적절한 용어가 자막으로 포함되어 있었다"며 "자막 작업 이전 영상만 검수하고 자막 작업 후 영상을 검수하지 못하여 사전에 미리 막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자막은 자막 작업을 처음 처리해본 신입 직원 분의 실수로 노출되었으며 이는 전적으로 미리 막지 못한 저의 실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상 댓글에는 해당 자막 작업을 한 직원을 해고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구독자 80-90%가 남자인 슈카님 채널에 여성 편향 신입 직원이라니", "그 동안 중립적으로 채널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면 직원 해고가 맞다고 본다", "해고 안시키면 라이브때 참 재밌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드릉드릉이 정말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인지 궁금해 검색해봤다. 이 단어는 2008년 개그우먼 김신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손톱이 드릉드릉(길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한다'거나 '시동을 건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드릉드릉(간절하다)' 같은 용례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 자막이나 기사 제목에서도 이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딱히 남성 혐오적 의미가 들어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상에서 남녀 갈등이 극심해지자 특정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을 문제삼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일베 이용자들이 자주 쓰던 '~하노' 같은 표현이나, '여초' 커뮤니티에서 자주 등장하던 '오조오억' 같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 '일베충', '페미' 등의 낙인을 찍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 슈카의 자막을 문제삼는 누리꾼들도 '드릉드릉'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편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논란의 불길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붙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드릉드릉이 남성의 욕구나 욕망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 것은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드릉드릉'의 성격 규정에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이 표현을 사용한 영상이 발견된 것이다. 17일 오후 2030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에펨코리아(펨코)'에는 '카리나 드릉드릉'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등장했다. 해당 영상에서 카리나는 "진지하게 얘기해서 사람들이 장난인줄 모른다. 장난 칠 때는 '드릉드릉' 잘 치는데"라는 말을 했다.
카리나의 발언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슈카와 카리나가 모두 잘못했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는 누리꾼이 있는가 하면, '드릉드릉은 과거부터 대중적으로 사용되던 단어였으니 혐오 용어까진 아니다'라는 중재자들도 있다. '나도 이 단어의 뜻을 몰랐다. 카리나도 몰랐을 것이다'라며 두둔하는 사람도 보인다. 에스파의 팬과 안티, 남성과 여성, 강경파와 온건파가 달려들면서 이 게시물의 댓글창은 불타고 있다.
에디터 Funny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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