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7월 귀국 예정…조기 입장 밝힐까
당내 책임론 확산…"빠른 규명 필요"
송영길 "들어가서 할 이야기 없다"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귀국할지 주목된다. 프랑스에 체류하며 오는 7월 귀국 예정인 송 전 대표에게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는 당초 귀국해도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두고 '자신은 모르는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혹이 확산하자 당내에서 송 전 대표가 서둘러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지도부도 송 전 대표의 조기귀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을 지지한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이 연루된 배경을 직접 소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021년 5월 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최소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미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가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현역 의원 연루 의혹이 확산하자, 선제 대응으로 당이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이번 의혹을 '국면 전환용 수사'라고 규정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당내 요구 등에 따라 자체 진상규명 입장을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 전 대표가) 그냥 제 발로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적 신망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게 낫다"고 촉구했다.
그는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다'라고 말씀했는데,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 보좌관한테 전달했음' 이런 게 있기 때문에 좀 궁색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본인과 본인 주변에서 벌어진 일 아니겠나"라며 "프랑스에서 빨리 귀국해 해명하고 고백하고 관계된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종용해야 한다. 남의 문제 보듯 외국에서 빙빙 도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녹취된 목소리는 제가 눈을 감고 들어도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나온 인물 중 상당수 인물이 아는 사람들"이라며 "육성이 그대로 나왔다면 조작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설령 본인이 몰랐다 할지라도, (당시 논란은) 송 전 대표 선거 때 만들어진 것이고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다"라며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은 정치인으로서 져야 되는 문제"라고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역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송 전 대표가)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귀국하는 문제까지를 포함해 여러 사안을 본인이 잘 심사숙고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이번 의혹과 자신은 연관이 없다며 재차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이든 검찰이든 제가 지금 들어가서 할 이야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오는 7월 초 귀국하겠다는 일정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의에도 "지난번 밝힌 입장으로 갈음해 달라"고 했다.
그는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후인 지난 13일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잘 모른다"며 "7월에 한국에 (예정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의혹을 이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뉴시스에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재개한다는 의혹이 크다"라며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윤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사실 등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검찰이 이미 수개월 전 녹취파일을 확보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그때 수사를 같이 했어야 한다"며 "국정 난맥으로 민심이 이반되니 이 전 부총장의 1심 선고가 나는 날 2년 전 선거, 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다 지난 사안을 (꺼내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의 그랑제콜인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연구교수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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