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판매 아닌 대여 형식 계약 체결
美 작년 우크라이나 지원 물량의 절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판매가 아닌 빌려주는 형식이긴 하지만 포탄의 일부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2일 정부 소식통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수십만발의 포탄을 추가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에 50만 발을 제공하되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50만 발은 지난해 말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양보다 5배 많고, 특히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는 미국에 155mm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면서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번 대여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 정부는 50만 발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포탄을 운용하는 만큼 한국산 포탄이 우크라이나에서 살상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방산업체가 포탄 50만 발을 대여하기로 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거듭된 지원 요청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진위 논란이 있지만 최근 유출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100여 쪽가량의 기밀문건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포탄 수출 요청에 고심한 흔적이 담겨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3월 초 나눈 대화 내용으로 '미국의 포탄 제공 요청에 응하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아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어길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나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크라프 자주포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지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승인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크라프 자주포는 한국, 영국, 독일 등의 지원을 받아 폴란드에서 생산된 폴란드의 자주포"라며 "한국이 지원한 부분은 전체 자주포의 일부분이며, 한국산 무기체계가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번 보도에 대해 "한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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