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무한정 기다리긴 쉽지 않아" 대집행 시사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서울시가 더 이상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게 대화를 제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미뤄뒀던 행정대집행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10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주까지 대화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 이상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보여서 추가 대화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시와 유족 대리인은 2월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총 16차례 만나 입장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유족측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 달라는 시의 요구를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끝내 유족측이 서울시 제안에 수용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참사 159일째인 4월5일 발표한 유족 성명을 보면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서 서울광장 분향소를 계속 사용하겠다는데 자진 철거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유가족 대리인 측에서 추가 논의안을 갖고 제안을 하면 만날 수는 있겠지만 16번의 대화에서 아무런 진척이 없었기에 서울시가 대화를 요청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협상 종료를 알렸다.
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서울광장을 활용한 본격적인 행사들이 대기 중인 만큼 행정대집행을 통해 분향소 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측은 참사 100일 추모제를 진행하던 지난 2월4일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시는 두 차례 계고장을 전달했으나 유족측은 자진 철거에 응하지 않았다.
같은 달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출석해 "시의적으로 맞지 않아 보류하는 중", "대화의 조짐이 보인다"면서 행정대집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대화로 풀겠다는) 서울시의 제안은 가족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려는 시의 고심이 담겨 있었다"면서 "협의가 무산됐고, 자진 철거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에 무한정 기다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서울광장을 서울시민 모두에게 돌려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행정대집행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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