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비스듬히 경사진 무대에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는 집 한 채. 아슬아슬한 이곳을 집어삼킬 듯 폭풍우 같은 비바람이 몰아친다.
연극 '만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명장면이다. 거센 바람이 불며 5분여간 매섭게 쏟아지는 5톤의 비는 순식간에 공연장의 공기를 바꿔 놓으며 객석까지 덮칠 듯 웅장하고 압도적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과 파도 소리, 무대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 놓인 난파선 같다. 모든 것을 잃고 허망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놓인 뱃사람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의 비극적인 신세와 같다.
연극 '만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명장면이다. 거센 바람이 불며 5분여간 매섭게 쏟아지는 5톤의 비는 순식간에 공연장의 공기를 바꿔 놓으며 객석까지 덮칠 듯 웅장하고 압도적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과 파도 소리, 무대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 놓인 난파선 같다. 모든 것을 잃고 허망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놓인 뱃사람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의 비극적인 신세와 같다.
가부장적이고 투박한 곰치는 아들을, 형제를 모두 바다에서 잃었어도 끝끝내 만선의 꿈을 놓지 못한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그물을 손에서 놓는 날이 자신의 배를 가르는 날이라고 울부짖는다.
가진 것 없는 삶에 배 한 척 갖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칠산 앞바다에 가득한 부서(보구치)떼를 눈앞에 두고도 마음껏 나설 수가 없다. 나가기만 하면 누구보다 만선을 이룰 수 있다고 곰치는 자신만만해하지만, 빚을 독촉하며 배를 꽁꽁 묶어두는 가진 자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가진 것 없는 삶에 배 한 척 갖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칠산 앞바다에 가득한 부서(보구치)떼를 눈앞에 두고도 마음껏 나설 수가 없다. 나가기만 하면 누구보다 만선을 이룰 수 있다고 곰치는 자신만만해하지만, 빚을 독촉하며 배를 꽁꽁 묶어두는 가진 자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우리네 고단한 삶의 굴레를 그려낸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이다. 시대가 다르고 삶의 형태가 많이 변했지만 이 작품이 가진 상징적인 표현들은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 결코 손에 움켜쥐지 못해도 한 가닥의 희망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서글프고 힘겨운 삶을 담아내며 묵직함을 안긴다.
어쩌면 비바람은 곰치를 향한 자연의 꾸중 같기도 하다. 자식을 잃고 가족들을 불행에 몰아넣으면서도 만선이라는 욕망에만 사로잡힌 곰치의 아집을 향한 일침이다.
어쩌면 비바람은 곰치를 향한 자연의 꾸중 같기도 하다. 자식을 잃고 가족들을 불행에 몰아넣으면서도 만선이라는 욕망에만 사로잡힌 곰치의 아집을 향한 일침이다.
끝은 씁쓸하지만 미래 세대를 의미하는 젊은 세대를 주체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특히 곰치의 딸 슬슬이가 자신을 탐내는 범쇠 영감에게 반격하는 장면이 2021년 초연 때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바닷물이 오가는 방조제 같은 무대 왼편의 물속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극적인 장면으로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였다.
한국 근현대 대표 극작가인 천승세가 쓴 희곡이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7월 공연됐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마도로스이기도 했던 천승세가 남해 바닷가를 배경으로 쓴 구수하고 차진 사투리가 우리말이 가진 말맛을 보여준다.
중견 배우 김명수와 정경순이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와 극의 중심을 잡는다. 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한국 근현대 대표 극작가인 천승세가 쓴 희곡이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7월 공연됐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마도로스이기도 했던 천승세가 남해 바닷가를 배경으로 쓴 구수하고 차진 사투리가 우리말이 가진 말맛을 보여준다.
중견 배우 김명수와 정경순이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와 극의 중심을 잡는다. 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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