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법 거부…재정 악화 포퓰리즘·총선 '농심' 활용 차단

기사등록 2023/04/04 12:01:53

최종수정 2023/04/06 10:53:30

이재명 1호 민생법안이 尹 '1호 거부권'으로

양곡법 찬반 팽팽…거부해도 역풍 우려 적어

시장중심주의 尹 일찌감치 거부권행사 고려

재정악화 속 쌀 초과분 수매에 1조 이상 들어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4.0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에 대한 재의요구건(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 법안이 시장 기능을 거스르고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총선 국면에 활용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농민 쌀값 안정을 통해 농심을 잡으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민생법안이 윤 대통령 '1호 거부권'에 막힌 모양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양곡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해 거부권을 행사해도 역풍을 크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여론 수렴이 어느정도 됐다. 농민단체 30곳 이상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이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대통령실 한편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일찌감치부터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양곡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직접적 메시지는 국무회의 전에는 나온 바 없다. 그러나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조목조목 짚은 양곡법을 재의 이유에 윤 대통령의 의중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처리한 1개의 법안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윤 대통령이 한 총리의 입을 빌어 양곡법 거부권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명, 거부권 행사를 위한 정지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한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양곡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시장 수급기능 마비 ▲미래농업 투자 재원 축소 ▲식량안보 위협 ▲포퓰리즘 정책 등 4가지를 꼽았다.

이중 윤 대통령이 가장 심각하게 여긴 부분이 포퓰리즘 정책과 시장 수급기능 마비다.

한 총리 담화문에 들어간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윤 대통령 생각의 핵심인 셈이다.

윤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한 4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민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또다른 이유로는 쌀 시장 교란과 향후 막대한 재정 부담 우려도 깔렸다.
 
정부는 현재 23만톤 수준의 쌀 초과공급량이 2030년에는 63만톤을 넘어서고, 이를 매입하는 데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양곡법에 대해 "국민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는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곳을 줄여 약자복지에 두텁게 쓰자는 게 원칙이다. 쌀 초과공급분을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면 약자복지 등에 쓰여야 할 재정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재정 건전성에도 타격이 있다는 게 정부 대통령실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농민에게 실익도 없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도 한 듯하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심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정부 첫 거부권 행사로 향후 정국은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이원택 의원이 삭발로 반발하는가 하면 한 총리 탄핵까지 꺼내들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정훈(왼쪽 두번째부터),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농민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04.0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정훈(왼쪽 두번째부터),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농민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04.0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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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양곡법 거부…재정 악화 포퓰리즘·총선 '농심' 활용 차단

기사등록 2023/04/04 12:01:53 최초수정 2023/04/06 1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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