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범, 하루 전 상경…당일 피해자 미행
29일 11시46분 납치…저항하자 폭행도
경찰, 신고 3분 만에 코드제로 발령 추적
30일 오전 6시께 대청댐에 시신 암매장
렌터카 갈아타…추적 따돌리려 현금·택시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여성이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신고로 즉시 출동해 추적에 나섰지만, 가상자산(가상화폐)을 노린 치밀한 범행의 표적이 된 피해자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A(30), B(36)씨, C(35)씨 등 3명을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로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40대 중반 여성 D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하루 전 상경해 미행…목격자 신고있었지만
A씨와 B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로 올라왔고, 다음 날 오후 4시께 피해자의 사무실 인근에 머무르다가 오후 7시께 퇴근하던 D씨를 미행했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오후 11시46분께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로 귀가중이던 D씨를 준비한 차량에 납치했다. 당시 격렬히 저항하던 D씨를 피의자들이 폭행하며 강제로 차에 태웠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사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한 복판에서 일어진 일인 만큼 목격자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오후 11시53분께 현장에 도착했는데 범행 차량은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경찰은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납치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용의차량 추적을 개시했다. 서울경찰청도 출동 지령을 내린 11시49분께 코드제로(0)를 발령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유유히 서울을 빠져나갔다.
경찰, 납치차량 특정에 1시간…30일 새벽 대청댐 암매장
경찰은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30일 오전 0시52분께야 납치 차량번호를 확인했다. 아울러 차주인 A씨가 벌금 관련 수배를 받고 있는 것을 파악해 0시56분 일제수배를 내렸다. 경기남부·북부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와 차적지인 대전 둔산경찰서에도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차량 안에서 D씨를 살해하고 오전 6시 전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전 6시55분께 대전 유성IC를 지나 대전 대덕구까지 이동했고, 렌터카로 갈아탄 뒤 청주 상당구로 가서 각자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시로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추적 따돌리려 현금·렌터카·택시 동원…이틀 만에 잡혀
다만 피해자가 이미 암매장 당한 뒤였던 만큼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망치, 목베개, 청테이프, 케이블타이, 주사기 등이 함께 나왔다.
당시 CCTV를 통해 A씨 등이 삽을 버리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납치된 D씨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후로도 A씨 등 검거에 다소 애를 먹었는데, 피의자들은 도주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카드가 아닌 현금을 쓰거나, 옷을 구입해 갈아입고 도보와 택시를 번갈아 타며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D씨가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30일 오전 11시24분께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서울·경기남부·대전·충북경찰청 형사 172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동원했는데, A씨 등이 사전에 준비한 대포폰 번호를 특정하는 데 성공해 마침내 덜미를 잡았다.
이에 범행 발생 이틀만인 31일 A씨는 오전 10시45분께, 공범 B씨는 오후 1시15분께 경기 성남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공범들의 진술을 토대로 또 다른 피의자 C씨를 오후 5시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유기했다는 A씨 진술을 받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된 피해자를 발견했다. 1차 검시 결과는 사인 미상으로, 부검이 진행 중이다.
실행범은 일면식 없어…경찰 "사전 모의된 계획범죄"
경찰은 이번 사건이 피해자 D씨의 코인(가상자산) 등 재산을 노린 청부살해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사전에 모의한 계획된 범죄였다고 본다"며 "A씨 진술과 행적을 볼 때 사전에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한 후 2~3개월 전부터 미행하거나 범행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사팀을 보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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