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착공 기네스북 등재 최장 방조제 쌓으며 본궤도
간척토지 30% 농생명용지 조성…11개 공구 중 7개 완료
밀·콩·가루쌀 등 100% 전략작물 재배…자급률 향상 기대
[군산·부안=뉴시스] 오종택 기자 =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새만금 방조제 중간지점에 위치한 '새만금33센터'에서 만난 심재학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장은 눈 앞에 펼쳐진 새만금 일대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심재학 단장은 28년 농어촌공사 재직 기간 중 17년을 새만금 사업과 함께 했다. 10여년 전만해도 갯벌과 바다뿐이었던 이곳에 쭉 뻗은 왕복 4차선 도로를 품은 방조제가 만들어졌다. 수평선 넘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탁 트인 호수와 드넓은 광야가 펼쳐졌다.
심 단장은 새만금 조성사업 추진 상황을 꿰고 있고, 변화의 과정을 직접 목도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있자면 여전히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 했다.
33m 높이 전망대에서 바라봐도 그 끝이 시선에 지 않을 만큼 남쪽과 북쪽으로 방조제가 끝없이 이어졌다. 사각의 유리창을 옮겨가며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 경계인 방조제를 두고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내수면인지 헷갈려 되묻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1991년 착공한 새만금지구 종합개발사업은 전북 군산시와 고군산군도, 부안군을 잇는 33.9㎞ 길이의 방조제를 쌓으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명실공히 세계 최장 방조제다. 방조제 안쪽으로 서울시 면적(605㎢) 3분의 2에 해당하는 409㎢ 면적 중 간척사업을 통해 291㎢는 토지로, 118㎢는 담수호(새만금호)로 조성한다.
최초 계획 단계에서는 간척토지 전부를 농업용지로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구상이 변경되며 농지 비율이 30%까지 줄었다. 대신 산업연구단지와 수변도시 조성, 관광레저용지, 환경생태용지, 배후도시용지 등 다양한 개발로 사업이 확장됐다.
농지 비율은 크게 줄었지만 농생명용지는 94.3㎢로 조성토지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여의도 면적(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 2.9㎢)의 약 33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농생명용지는 공사 진척이 매우 빠르다. 총 11개 공구로 나눠 진행된 공사는 지난해까지 7개 공구의 공사를 완료해 63%의 공정률을 보였다.
특히 농생명용지 매립공사는 95%를 넘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공정률이 20~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다른 용지와 비교된다.
새만금33센터를 출발해 버스로 30여분을 달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농생명용지 7-1공구(1241㏊)에 도착했다. 2024년 12월 완공 예정인 해당 공구에는 식량생산단지와 농촌도시, 환경생태용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매립을 완료한 공구에는 지력 증진을 위해 사료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인 간척지는 갯벌을 간척해 토양의 염도가 높아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상당 기간 지력 증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지 토양은 담수호 내 퇴적토로 준설·매립해 모래 함량이 높아 배수가 원활하다. 사업을 장기간 진행하면서 바닷물 유통이 끊긴지 오래라 제염 속도도 빠르다.
작물 재배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공사도 본격화했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총 사업비 4474억원을 투입, 양수장 1개를 신설하고, 3개는 형식을 변경한다. 도수로 13.6㎢와 송수관로 39.4㎢을 조성하고, 옥구저수지도 보강한다.
2025년 새만금 농생명용지 부지조성과 농업용수 공급시설이 완공되면 미래농업의 거점이자 식량위기로부터 미래세대를 지켜낼 식량창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공사가 마무리 된 7개 공구는 ▲첨단농업시험단지 ▲농업특화단지 ▲사료작물 재배지로 활용 중이다.
5공구 첨단농업시험단지는 미래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농업기술 개발 보급과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현재 농촌진흥청, 농학계 대학에서 시험·연구를 진행 중이다.
농진청은 18㏊ 부지에 콩, 옥수수, 참깨, 땅콩, 들깨 등을 재배하며 간척지 재염화에 따른 밭작물 취약성을 평가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물관리·염해 예측 기술 개발, 생태환경 개선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전북대, 한국농수산대, 한경대는 각각 30여㏊ 부지를 운영하며 콩, 호밀, 약용작물, 수단그라스, 케나프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토양개량과 스마트팜 디지털 전환 신기술 실증, 드론 이용 스마트 농법 등 미래 농업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농업특화단지는 수출 중심 농업 생산기지로 공모를 통해 10개 영농법인을 선정, 436㏊ 중 92%에 해당하는 401㏊에 우리밀을 재배하고 있다. 연근과 양파, 조사료인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재배하고, 전기와 용수공급 기반시설 설치가 완료되면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시설재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공된 용지에서는 지역 농업인 소득 증진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인근 군산·김제·부안지역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사료작물 재배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총 6개 공구(2789㏊) 부지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88개 농업법인이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대단위 농지로 대형 농기계를 활용한 작업효율화는 물론 일반 농지에 비해 건조 환경이 적합해 품질이 균일한 건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농지 중 간척 농지는 11만2000㏊(1120㎢)로 서울시의 두 배에 달한다. 전체 농경지의 7%가 넘는다. 간척 농지 특성상 주로 벼를 배재하는 논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쌀 과잉생산 문제와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한 전략작물 재배에 관심이 쏠리면서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식량 위기에 대응해 미래세대를 위한 식량창고가 될 전망이다. 새만금에 조성된 농생명용지에는 벼 대신 밀, 콩, 옥수수 등 100% 전략 작물이 심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략작물을 간척 농지에서 대규모로 재배하면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고,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구획화된 용지 특성상 농업 선진국과 같은 규모화된 영농을 실현할 수 있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루쌀의 대규모 재배도 가능하다.
농어촌공사는 2025년까지 기반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면 이후에는 복합 곡물 단지, 기능성 작물 단지 등 토지 용도별 관리계획을 수립해 임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산업클러스터, 농업테마파크, 농촌도시·마을 등 상부시설 개발도 본격화한다.
이병호 농어촌공사 사장은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미래농업 성장을 위한 초석으로 삼고, 효율적인 토지 활용으로 친환경 농업과 첨단농업 등 미래농업 신성장 동력 육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