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IT] 빗장 푼 中 게임시장…'제2의 던파 신화' 주인공은 누구?

기사등록 2023/04/01 08:00:00

최종수정 2023/04/05 14:06:34

쿠키런:킹덤·블루아카이브·에픽세븐·제2의 나라 등 韓게임 中 출시 준비

중국서 인기 있는 서브컬처 게임 다수…이용자 눈높이 맞춰야

넥슨게임즈 '블루아카이브' 중국 서비스 버전 이미지(사진=넥슨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넥슨게임즈 '블루아카이브' 중국 서비스 버전 이미지(사진=넥슨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그동안 굳게 닫혔던 중국 게임시장의 빗장이 드디어 열리는 걸까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다수의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외자 판호(서비스 허가권)을 발급 받고, 현지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진출 채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진출이 모멘텀으로 부각되며 업계도 한껏 들뜬 표정입니다.

지난달 20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외국산 게임을 대상으로 외자판호 27개를 발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외자판호를 받은 국내 개발사 게임은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 '쿠키런:킹덤' 등입니다.

이밖에도 넥슨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된 중국 게임 ‘메이플스토리H5’, 한빛소프트 모회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IP를 활용한 게임도 포함됐습니다. 발급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일곱개의 대죄:빛과 어둠의 교전’은 넷마블이 개발 리소스를 제공한 게임으로, 이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예정입니다.

중국이 3개월 만에 외자 판호를 발급한 만큼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종 게임이 중국 외자판호를 발급 받은 바 있죠.

이 기세를 이어 게임사들은 빠르게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의 게임이 판호를 받은 넷마블이 최대 수혜자로 거론됩니다. A3:스틸얼라이브, 샵 타이탄, 제2의 나라 등 넷마블이 개발한 게임과 IP나 개발 리소스를 제공해 로열티를 받는 신석기시대, 일곱 개의 대죄: 빛과 어둠의 교전 등이 당장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중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달 말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두 개의 게임이 텐센트를 통해 연내 서비스 될 예정이고 이 중 한 개는 중국 언론에 발표하며 이용자를 모집하고 다른 한 개는 조만간 시장에 발표할 것”이라며 "과거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직접 현지화해서 출시했는데 실패했다. 시장 이해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죠.

특히 제2의 나라는 중국 진출 전초기지로 불리는 대만에서 양대 앱 마켓 1위에 오르며 IP 파워를 입증한 바 있고,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대작입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2의 나라에 대해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IP 대작인 점을 고려 시 첫 분기 일매출 10억원대 중반가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곱개의 대죄:빛과 어둠의 교전 이미지(사진=웨이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일곱개의 대죄:빛과 어둠의 교전 이미지(사진=웨이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판호를 받은 '일곱 개의 대죄: 빛과 어둠의 교전'에 대한 현지 기대감 높은 분위기입니다. 이 게임은 중국에서 오는 6일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공식 웨이보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알리며 사전 마케팅에 한창입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습니다. 흥행시 넷마블이 상당 규모의 로열티를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은 퍼블리셔로 중국 게임사 창유와 텐센트가 합작할 예정입니다. 공식 위챗과 웨이보 채널도 동시 오픈하며 사전 마케팅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텐센트는 중국 최대 게임사라는 점에서 흥행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입니다.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킹덤은 글로벌 인지도가 높다는 게 강점인데요. 누적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돌파했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앱마켓 상위권을 석권한 바 있습니다.

넥슨게임즈는 전날 서브컬처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의 중국 정식 출시를 위한 사전예약에 돌입했습니다. 게임의 중국 공식 홈페이지와 프로모션 비디오(PV)도 공개했습니다. 현지 퍼블리셔는 서브컬처 게임에 역량을 보유한 ‘요스타’의 자회사 ‘상하이 로밍스타’가 맡았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RPG 에픽세븐도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주요 안드로이드 앱 마켓인 오포, 비보, 샤오미, 화웨이 등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현지 서비스는 서브컬처 게임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경험이 있는 ‘즈릉게임’ 이 맡았으며 연내 출시가 목표입니다.     

다수 게임들이 중국 진출에 줄줄이 나서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감은 게임사 주가에도 반영되며 게임주가 전체적으로 반등하기도 했죠. 넥슨게임즈는 전날 현지 사전예약 소식을 발표하자 이날 주가는 지난달  전날 대비 9.86% 올랐습니다. 같은날 데브시스터즈는 +13.57%, 넷마블 3.11% 등 상승세를 탔습니다.

이번 판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국내 게임에 대한 중국의 외자 판호 발급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20년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2021년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등이 판호를 받고 게임을 출시한 바 있죠.

우선 장르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에는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운 서브컬처 장르가 많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 그랑사가 등이 있죠. 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보다는 쿠키런:킹덤, 제2의 나라 등 캐주얼한 RPG 장르가 대부분입니다. 서브컬처 게임과 캐주얼 게임에 대한 중국 게임 시장 인기가 판호 발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애니메이션+서브컬쳐(미소녀) 게임이 판호 발급에 유리한 경향은 이번에도
확인됐다"라며 "국내 개발사의 게임 외에도 ‘우마무스메’ 같은 미소녀 게임이나 ‘헌터X헌터’, ‘카드캡터 사쿠라’, ‘페어리 테일’ 등 일본 애니메이션 IP 게임이 이번 외자판호를 발급받았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장미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게임 개발사들은 우리나라가 진출하지 못하는 최근 몇 년 새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호요버스가 서비스하는 '원신'을 비롯해 다수의 게임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며 약진하고 있죠. 게임성 뿐만 아니라 신선한 과금 정책으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충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스레 게임에 대한 중국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요. 무조건 중국 시장에 게임을 출시한다고 해서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한번 판호를 발급 받은 게임사는 다음에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게임사들이 중국에 목을 매는 이유입니다. 게임업계에는 중국에서 자사 게임이 '대박'이 아니더라도 '중박'만 치더라도 실적 턴어라운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블루 아카이브가 내년 중국 출시 초기 일평균 12억원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영증권은 쿠키런:킹덤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10위권에 등극하면 일매출 20억원 내외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앱 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기록해야 거둘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만큼 중국은 시장 사이즈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4%로 미국(22.0%)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다수 게임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연봉 인상으로 인건비는 늘어난 가운데 신작이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영향입니다. 다수 게임사들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조직개편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습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이번 중국 판호를 발판으로 높아진 중국의 벽을 허물고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단, 철저한 시장 분석과 기술력 제고가 전제돼야 하겠죠. 뽑기 등 아이템 판매에 의존하는 과금 모델도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판호 발급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쓴 맛을 경험했으니,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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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IT] 빗장 푼 中 게임시장…'제2의 던파 신화' 주인공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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