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기자회견서 "할아버지는 5·18 학살자"
민주묘지 참배하며 "광주시민은 민주주의 영웅"
5·18 사적지서 "역사왜곡 전두환…배우러 오겠다"
5월 단체 "진정성 높이 평가…진상규명 촉매되길"
[광주=뉴시스]이영주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1931~2021)의 손자 전우원(27)씨가 5·18희생자들과 광주시민에게 사죄했다.
5·18유족과 광주시민사회는 전두환이 저지른 만행과 죄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고 대신 괴로워하는 전씨를 포용했다. 또 전씨의 이번 행보가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의 고백·사죄로 이어지길 바랐다.
전씨는 31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아버지 전두환은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라고 밝혔다.
또 "할아버지가 군부 독재에 맞선 광주시민을 학살해 민주주의를 역행시켰다. 시민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아픔을 줬다"며 "다시 한번 광주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정성국 5·18공로자회장은 "할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전씨의 뒤를 이어 다른 일가족들도 5·18 43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고등학생 시민군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도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 차분히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자"고 했다.
전씨는 5·18 유가족들에게 큰절하고 일부와 포옹하며 울먹였다.
5·18유족과 광주시민사회는 전두환이 저지른 만행과 죄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고 대신 괴로워하는 전씨를 포용했다. 또 전씨의 이번 행보가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의 고백·사죄로 이어지길 바랐다.
사죄 기자회견서 "할아버지는 학살자"
또 "할아버지가 군부 독재에 맞선 광주시민을 학살해 민주주의를 역행시켰다. 시민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아픔을 줬다"며 "다시 한번 광주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정성국 5·18공로자회장은 "할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전씨의 뒤를 이어 다른 일가족들도 5·18 43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고등학생 시민군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도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 차분히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자"고 했다.
전씨는 5·18 유가족들에게 큰절하고 일부와 포옹하며 울먹였다.
5·18묘지서는 "민주주의 아버지는 광주시민"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 12살 나이로 숨진 '5월의 막내' 전재수 군, 무명열사와 행방불명자 묘소를 방문한 그는 자신의 코트로 흙먼지가 낀 묘비를 힘줘 닦았다.
전씨는 참배 전 민주의 문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고 적었다.
일부 시민은 참배하는 전씨를 응원했다. 이에 전씨는 "광주시민 모두 이 나라의 영웅"이라며 거듭 사죄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역사 왜곡한 할아버지…배우러 오겠다"
이곳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방부·법원 감정·조사로 헬기 사격 탄흔 270개가 발견된 5·18사적지다.
전두환은 헬기 사격을 부인했고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회고록에 5·18경위와 무력 진압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전씨는 전일빌딩245를 둘러본 뒤 "너무 당연한 (헬기 사격) 증거인데 할아버지가 발뺌을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앞서 방문한 옛 전남도청에서 5·18 당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을 만났다. 어머니들은 "용기 내줘 고맙다. 앞으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전씨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와 이야기를 듣고 배우겠다"고 했다.
5·18 공동체 "진정성 높이 평가…진상규명 촉매되길"
5·18단체와 시민사회는 전씨가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나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한 것을 두고 '진정성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홍인화 5·18기록관 관장은 "손자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명명하는 것을 보고 진심을 담은 참회로 느꼈다"고 말했다.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전두환 일가가 5·18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한 것은 처음"이라며 "다행이다"고 평가했다.
전씨의 사죄가 5·18 진상 규명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사죄는 책임을 회피하고 만행을 저지른 5·18관련자들에게 '후세대가 선대에 대한 정당한 역사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를 계기로 진실된 고백과 용서를 비는 관련자들이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5·18을 잘 몰랐던 젊은이들이 전우원씨의 사죄 행보를 통해 5·18을 공부하고 알게 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민주열사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전씨가 이날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에 의해 고통 받은 모든 희생자와 그의 만행에도 관심을 갖고 행보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