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제맥주 강자였는데" 6년 누적적자 440억 '위기의 제주맥주'

기사등록 2023/04/03 11:18:45

최종수정 2023/04/03 11:40:56

2017년 창립 후 6년간 적자지속…지난해 매출 상승세 꺽여

라거 출시 뒤 에일 제품 강화, 발포주·하드셀처로 오락가락

주류업계 "강세보이는 에일서 제품력 강화 등 해답 찾아야"

[서울=뉴시스]제주맥주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에일 맥주의 모습.(사진=제주맥주 제공)
[서울=뉴시스]제주맥주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에일 맥주의 모습.(사진=제주맥주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수제맥주 시장 성장과 함께 두각을 나타냈던 제주맥주를 두고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맥주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일본산 맥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일 맥주를 앞세워 수제맥주의 강세를 이끌었다. 제주맥주는 테슬라 특례 상장을 추진, 수제맥주 1호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따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제주맥주였지만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수제맥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제품군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데다 주 소비층으로 분류되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관심도 예전만 못한 것이 문제다. 

2017년 창립 이후 지속하는 적자 속 매출 마저 꺾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올해 맥주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6년간 누적 손실은 약 4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0억원 수준이던 영업적자는 2018년 64억원, 2019년 95억원, 2020년 43억원, 2021년 72억원, 2022년 116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문제는 매출 증가세가 꺽였다는 점이다. 2019년 수제맥주에 대한 높은 소비자 관심에 힘입어 72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주맥주는 이듬해인 2020년 215억원, 2021년 285억원 등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 당시에 제주맥주는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계획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볼 여지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예상과 달리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맥주는 전년대비 16.9% 하락한 2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을 늘려 영업손실을 줄여나가겠다는 의도 자체가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주맥주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방향성을 꼽을 수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5월 에일 맥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라거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두달 뒤인 7월에는 주력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의 제품력 강화에 나선다는 180도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같은 달에는 논알코올 맥주 '제주누보'도 선보였다. 라거 신제품 추가 출시를 통해 가정 및 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던 계획은 에일 제품력 강화와 논알코올 제품 출시로 대체됐다.

2021년 IPO를 추진하며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뒤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었지만 계획과 달리 해외 진출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수제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은 제주맥주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다. MZ세대들은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에 판매하는 수제맥주보다 위스키와 막걸리에 더욱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1위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맥주가 하이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수제맥주 구미호 제조사인 카브루가 RTD(Ready To Drink) '이지 피나콜라다 하이볼'을 선보인 것도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주류업계에선 제주맥주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일 맥주를 중심으로 음료를 섞어 제품을 만드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맥주가 올해 발포주와 하드셀처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맥주가 강세를 보이는 에일 맥주 시장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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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수제맥주 강자였는데" 6년 누적적자 440억 '위기의 제주맥주'

기사등록 2023/04/03 11:18:45 최초수정 2023/04/03 1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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