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된 후 103일간 구금된 피해자에게 법원이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채성호)는 원고 A씨가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A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5월18일 경북 대구시(현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의 한 대학교에서 계엄군에 의해 영장 없이 A씨는 연행·구금됐다. 구금 및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A씨의 얼굴에 물수건을 덮고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대학생이던 A씨는 1980년 8월28일 석방될 때까지 103일간 구금됐다. A씨가 다니던 대학교는 시위 참여 등을 이유로 근신을 명하는 징계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대학교의 징계처분은 민주화운동에 따른 학사 징계로 인정됐고 구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에 따라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결정을 받았다.
구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기초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했으나 2008년 12월22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서의 객관성이 결여돼 보상금 등의 지급 신청을 기각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A씨는 재심의 신청했고 2012년 7월17일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103일 간의 연행·구금 부분에 대한 보상 결정을 받게 됐다. 결정에 동의한 A씨는 보상금 2686만여원을 지급받았다.
석방 후 A씨는 불안장애, 협심증, 신경증, 다발성 늑골골절, 좌측 주관절 내 골편 등을 앓고 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의 내용과 불법의 중대성,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 인정된 정신적 손해배상금과의 형평성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액은 4000만원이고 지연손해금은 변론종결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지난 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16조 2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배상 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위헌 취지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같은 해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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