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건물사이 도로 역할 통행금지…대법 "권리남용"

기사등록 2023/03/28 12:00:00

최종수정 2023/03/28 12:04:55

"통행금지하면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

"출입구 특성상 출입 제약받을 수 밖에"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대법원. 2018.12.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대법원. 2018.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건물과 건물 사이 '도로 역할'을 한 땅을 통행할 수 없도록 한 조치는 부당하게 권리를 남용한 것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등이 B씨 등을 상대로 낸 공작물철거 등 소송, B씨 등이 A씨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소송 상고심에서 '통행금지' 청구를 인용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충남 소재 한 건물 인근에는 2019년 12월 높이 약 50㎝, 길이 약 36m의 울타리가 설치됐다. B씨 등은 2019년 10월 이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 바로 인근에는 A씨 등이 보유한 건물이 있는데, 두 건물 사이에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정도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폭은 차량이 2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인근 주민, 상가 방문객 등이 통행로로 이용하기도 했고 인근 대로로 연결돼 있어 도로로도 사용됐다. 공간 일부는 B씨 측 토지이고, B씨 측 건물을 위한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B씨 등은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이기 때문에 A씨 등에게 통행료 지급을 요구하며 울타리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타리는 별도 가처분 소송을 통해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철거됐다.

A씨 등은 이 울타리를 철거하고 앞으로도 울타리를 설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소송(본소)을 냈다. B씨 등은 A씨 등이 한달에 약 81만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고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본소와 반소를 모두 기각했다. 울타리가 이미 철거됐고, 앞으로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요구는 범위가 너무 넓어 이런 형태의 금지를 선고할 수 없다고 했다. 반소는 이 공간이 사실상 도로라는 이유로 배척했다.

2심은 B씨 등의 소유인 토지를 A씨 등이 사실상 통로로 이용했기 때문에 그 통행료(약 276만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12월(B씨 등이 건물 소유권 등기를 마친 날)부터 2심 변론종결일까지 통행료가 276만원으로 산정됐다.

B씨 등은 2심 과정에서 통행금지 청구도 추가했는데, 2심은 이 역시 정당하다고 인용했다. A씨 등의 청구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통행금지 청구를 인용한 부분은 2심 법원이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행료 지급을 명령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B씨 등보다 먼저 이 건물을 소유한 이들은 건물 사잇길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봤다. A씨 등이 소유한 건물 신축(1994년) 당시 B씨 측 건물을 소유했던 당시 주인은 도로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다는 서류를 작성한 바 있다.

대법원은 "통행을 금지한다면 출입구 위치·형태·내부 구조의 특성상 출입에 제약을 받아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만을 가하는 것이 되어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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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건물사이 도로 역할 통행금지…대법 "권리남용"

기사등록 2023/03/28 12:00:00 최초수정 2023/03/28 12: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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