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어요.”
“굿당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타다 남은 재를 버렸는데, 불이 번졌다고 했어요.”
27일 오전 9시께 찾은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모 굿당 인근에 거주 중인 70대 노부부가 전한 말이다. 전날 오후 마니산 초입에 위치한 굿당에서 난 불이 산길로 번지면서 산림청과 소방당국 등은 화재가 17시간이 넘도록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노부부는 다급했던 전날의 상황을 전했다. 이 부부는 119 최초 신고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굿당 관계자들이 신발을 신지도 못한 채 뛰어나와 화재 소식을 전했다”면서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면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번져나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굿당의 관계자들은 부부에게 “타다 남은 재를 버렸는데, 불길이 일어났다”고 토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굿당 관계자들이 재를 내다버린 장소는 낙엽 등이 많아 불이 쉽게 붙을 수 있었던 곳이고, 더구나 전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결국 큰 산불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날 강화군에는 순간 최대 초속 11m의 강한 바람과 함께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조사과정에서 굿당 관계자들은 “화재가 왜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민들의 증언 및 화재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다 남은 재를 버려 화재가 일어났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후 2시44분 인천 강화군 동막리 마니산 초입에 있는 주택(목조구조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건물은 무속인이 굿을 하는 굿당의 창고로 이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굿당에서 무속의식은 치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강화군에는 평균풍속 2m(순간풍속 5m)로 바람이 잦아들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약 22만㎡, 산불화선은 총 2.2㎞(잔여화선 0.31㎞), 진화율은 약 86%를 나타내고 있다.
산림당국은 화재 발생 17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은 상태이며, 산불 진화용 헬기 11대 등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소방차 등 장비 43대와 산불 진화 인력 1426명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