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건보 국고 지원 5년 연장 법안 통과
정부 지원 비율, 초고령사회 진입 등도 과제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건강보험에 국고를 지원하는 법률안이 일몰 3개월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건강보험료 폭등의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5년 연장이라는 시한이 재부착되면서 재정 안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협의를 거쳐 통과된 만큼 큰 변수가 없을 경우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률 내용은 정부가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크게 국민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의 지원금으로 구성되는데, 지난해 기준 정부 예산 배정액이 10조4992억원으로, 이 지원금이 끊길 경우 건보료 급등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건보료 국고 지원의 법적 근거가 다시 마련됐지만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건보료의 국고 지원은 지난 2007년 국민건강보험법에 5년 한시지원 규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2011년 5년, 2016년 1년, 2017년 5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기간이 연장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일몰 기한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과 한시적으로 일정 기간 추가 연장을 하자는 의견이 부딪히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몰이 됐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도 기한을 5년으로 설정했다. 5년 뒤에 일몰과 연장 여부를 또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국고 지원에 대한 실행력 담보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법적으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지만 실제로 지원한 비율은 이명박 정부 16.4%, 박근혜 정부 15.3%, 문재인 정부 14%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14.4%를 편성했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은 국고 지원 미지급금 규모는 32조원에 달한다.
5년 뒤 달라질 사회경제적 변화도 변수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도 늘어나게 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 정책국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건보료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20%에 머물러 있고 그마저도 5년 연장 꼬리표를 떼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 "5년 후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당한 규모의 국고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기 위해선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의 주요 지출과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는 "수입금 규모만 80조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지금의 거버넌스로는 한계가 있다"며 "건정심 위원 구성에 국회 동의를 거쳐 공익위원을 더 늘리는 등 개선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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