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판관 "법사위원장, 중립 지위 벗어나"
"토론 기회 보장 안돼…다수결 원칙 위반"
"헌법질서 회복하려면 효력 소멸시켜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심판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며 법률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일부 재판관들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탈당과 직후 개정안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해 국회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 부분을 일부 인용했다. 다만 국회의장에 대한 부분과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법사위원장 및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에서 전부 인용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당과 협의해 탈당한 뒤 안건조정위에 참여해 법안이 통과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법사위 위원장은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그 위원회 활동의 일부인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뒀다"며 "조정위원회에서 축조심사 및 질의·토론이 모두 생략돼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의결된 조정안에 대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나 실질적인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회 내 다수세력의 일방적 입법 시도를 저지할 수 있도록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국회법 조항을 형해화한 것이며, 법사위 법안심사에서 실질적인 토론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헌법 제49조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도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은 "이 사건 본회의 의결 절차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이 진행되던 도중 수정안이 제출됐고 바로 다음 회기에서 수정안의 제안 설명만 듣고 토론 없이 표결에 나아갔으므로 수정안에 대한 토론 기회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은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한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고, 검사들은 헌법상 권해를 침해 받지 않았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요지다.
이번에도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우선 검사의 권한쟁의심판 당사자 능력과 이 사건과 관련한 청구인 적격 및 권한 침해 가능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의 청구인 적격과 권한침해 가능성도 인정했다.
또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준사법작용인 소추 및 수사기능의 객관성,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해 헌법상 검사의 소추권 및 수사권에 관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했다"며, "법체계의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아 법치국가원리에도 어긋나므로 청구인들 중 검사들의 소추권 및 수사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한 장관의 청구에 대해서도 "법무부장관이 관장하는 검찰 또는 검사에 관한 사무에 관해 국가의 필수기능인 소추 및 수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내용을 규정했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무효확인청구에 대해서도 "법적 효력을 제거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침해된 권한을 즉시 회복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법적 안정성 및 이미 효력이 적용된 경우를 고려해 법률 개정 '무효'가 아닌 '행위 취소'를 해야 한다고 봤다.
이선애 재판관 역시 "피청구인의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하거나 다른 정치적 형성방법을 기대할 수 없다. 손상된 헌법적 권한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형성적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