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정 군산지원장 기고 논문
"강행규범 위반…시효 배제해야"
"현 국제법 체제, 日책임 인정 가능"
[서울=뉴시스]류인선 정유선 기자 = 일본의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회복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현직 판사의 주장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우정 전주지법 군산지원장은 이달 논문집 '사법'에 기고한 논문 <강행규범과 시제법-강제징용·위안부 사안을 중심으로>에서 "해당 피해는 가해자인 일본 측의 두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법상 회복책임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지원장이 언급한 강행규범이란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겨서는 안 되는 규범을 말한다. 국제법상 최상위에 있는 규범으로서 학계나 국제재판소 등 실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국제법위원회(ILC)는 강행규범의 예로 '침략행위 금지', '제노사이드(특정집단 구성원 대량 학살) 금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 '인종차별·분리 금지', '노예 금지', '고문 금지', '자결권' 등 총 8개 규범을 제시했다.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위안부 사건이 이 중 '노예 금지'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라는 두 가지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이나 성 노역(위안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노예적 성질, 일본 정부 또는 기업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한 침해의 정도나 그 기간을 비춰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안이 강행규범 위반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신 지원장은 피해자들의 회복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행규범 위반 행위에 대해선 소멸시효나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는 게 학계의 유력한 흐름인 만큼, 강제징용과 위안부 사안 역시 시효와 상관없이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신 지원장은 "유엔 총회는 1968년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관한 시효 배제 협약' 채택을 통해 인도에 반하는 죄와 전쟁범죄에 관해 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했고, 2005년 '피해자 구제권리 기본원칙 및 가이드라인'에서도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국내 민사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그 근거를 들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등이 낸 소송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들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여러 하급심 법원들이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유족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은 2012년 5월24일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게 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파기환송하더라도 그 판결을 통해 제시된 법리는 하급심을 기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기환송을 선고한 대법원 상고심이 있었던 2012년 5월24일부터는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인식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다만 강제징용 기업들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재상고심이 있었던 2018년 10월30일을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하급심 판결도 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도 일본의 무대응 전략 속에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인정해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외국에서는 강행규범을 위반한 경우 국가면제의 부여를 배제하는 법리를 제시하기도 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강행규범을 위반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지원장은 "비록 당시 두 강행규범이 출현하기 전이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한 피해는 당시 이미 존재하던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일본 측의 국제법상 책임 및 피해 회복을 인정하는 법리가 현 국제법 체제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우정 전주지법 군산지원장은 이달 논문집 '사법'에 기고한 논문 <강행규범과 시제법-강제징용·위안부 사안을 중심으로>에서 "해당 피해는 가해자인 일본 측의 두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법상 회복책임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지원장이 언급한 강행규범이란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겨서는 안 되는 규범을 말한다. 국제법상 최상위에 있는 규범으로서 학계나 국제재판소 등 실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국제법위원회(ILC)는 강행규범의 예로 '침략행위 금지', '제노사이드(특정집단 구성원 대량 학살) 금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 '인종차별·분리 금지', '노예 금지', '고문 금지', '자결권' 등 총 8개 규범을 제시했다.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위안부 사건이 이 중 '노예 금지'와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라는 두 가지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이나 성 노역(위안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노예적 성질, 일본 정부 또는 기업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한 침해의 정도나 그 기간을 비춰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안이 강행규범 위반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신 지원장은 피해자들의 회복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행규범 위반 행위에 대해선 소멸시효나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는 게 학계의 유력한 흐름인 만큼, 강제징용과 위안부 사안 역시 시효와 상관없이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신 지원장은 "유엔 총회는 1968년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관한 시효 배제 협약' 채택을 통해 인도에 반하는 죄와 전쟁범죄에 관해 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했고, 2005년 '피해자 구제권리 기본원칙 및 가이드라인'에서도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국내 민사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그 근거를 들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등이 낸 소송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들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여러 하급심 법원들이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유족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은 2012년 5월24일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게 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파기환송하더라도 그 판결을 통해 제시된 법리는 하급심을 기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기환송을 선고한 대법원 상고심이 있었던 2012년 5월24일부터는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인식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다만 강제징용 기업들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재상고심이 있었던 2018년 10월30일을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하급심 판결도 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도 일본의 무대응 전략 속에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인정해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외국에서는 강행규범을 위반한 경우 국가면제의 부여를 배제하는 법리를 제시하기도 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강행규범을 위반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지원장은 "비록 당시 두 강행규범이 출현하기 전이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한 피해는 당시 이미 존재하던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일본 측의 국제법상 책임 및 피해 회복을 인정하는 법리가 현 국제법 체제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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