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환자 급증하는데…치료해줄 병원·의사는 '태부족'

기사등록 2023/03/19 11:01:00

최종수정 2023/03/21 10:45:02

마약범죄 재범률 37%…30대 이하 60%

치료 가능 병원 2곳…의사는 38명 줄어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2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관세청 2022년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2023년 마약밀수 단속 대책 언론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대마, 대마카트리지)과 은닉도구를 선보이고 있다. 2023.02.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2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관세청 2022년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2023년 마약밀수 단속 대책 언론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대마, 대마카트리지)과 은닉도구를 선보이고 있다. 2023.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마약류 중독자 급증으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국내 치료 환경은 열악하다. 마약류 중독 환자를 치료하려는 병원과 의사가 태부족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대검찰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2017년(1만4123명)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마약 사범은 35.6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국내 마약 범죄 재범률은 약 37%에 달하고, 사회생활이 한창 활발해야 할 30대 이하가 전체 마약 사범의 약 60%를 차지한다.

마약 중독은 치료로 회복 가능한 뇌질환이다. 뇌에서 약물 중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측좌핵 치료하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같은 효과적인 치료법도 있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은 마약류에 중독됐다가 약물 투여가 중단되면 나타나는 극심한 갈망감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 "이미 안정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반복적 치료가 가능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도, 의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받고 싶어도 실제 치료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전국에 마약류 범죄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보호기관이 21곳 지정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이 전체 환자의 96%를 치료했다. 입원 가능한 병상과 치료 가능한 전문의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 2021년 기준 치료보호기관의 총 병상 수는 292개, 의사 수는 132명으로 2017년 대비 각각 38개, 38명 감소했다.

이렇듯 국내 마약류 중독 치료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치료보호를 받은 마약류 중독자는 지난 2021년 280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검거된 청소년 마약류 사범(450명)의 38% 수준이다.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성인보다 약물 복용에 더 취약한 청소년조차 중독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초범을 줄이고 높은 재범률을 낮추려면 마약류 중독자들을 환자로 보고 정부가 촘촘한 치료·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류 중독으로 인해 파괴된 도파민이 회복되려면 최소 1~2년이 걸려 이 기간 집중적인 치료를 담당할 병원과 전문의가 필요하다. 마약류 중독자의 87.5%는 약물을 끊은 후 1년 내 재발하는데, 1년 안에 재발을 막을 경우 재발률은 12.5%에 그쳐서다.

하지만 마약류 중독 환자의 특성상 관리와 치료가 까다로운 반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마약 중독 환자의 입원을 꺼리는 병원이 많다. 치료보호기관 21곳 중 최근 5년 간 실적이 전무한 곳이 9곳에 달한다.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하려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지만 수가 인상 등 보상 체계는 미흡해서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우리나라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치료를 담당하는 병·의원이 거의 없고 재활시설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일반 정신질환자보다 10배 이상 더 힘든데 치료비 지원만으로는 병원이 이득을 얻을 수 없고 병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환자들을 돌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의가 마약류 중독 환자 곁에 항상 있긴 어려운 만큼 디지털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치료제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스마트폰 앱 등의 형식으로 예방·관리·치료하는 디지털 소프트웨어다.

이승엽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 중독 환자는 전과와 경력 부족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해 재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약물을 끊는 고통 등에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한다면 약 없이 잘 지내고 삶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마약류 중독·치료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해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 중독이 발생하는 과정 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970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1974년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를 설립했다. 올해 예산으로는 18억 4천 달러(약 2조4300억 원)가 책정됐고, 현재 연구자는 2300명 가량에 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마약 환자 급증하는데…치료해줄 병원·의사는 '태부족'

기사등록 2023/03/19 11:01:00 최초수정 2023/03/21 10:45:02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