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은행 파산하는데…국내 중소형 저축은행 괜찮나

기사등록 2023/03/14 07:00:00

최종수정 2023/03/15 09:56:10

SVB파산에…저축銀 PF대출 쏠림 리스크 재부상

국내 예금보호 제대로 됐나…혁신금융 여전히 취약

[캘리포니아=AP/뉴시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을 압류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워싱턴 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부실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창문에 빗방울 사이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간판이 보이는 모습. 2023.03.13 *재판매 및 DB 금지
[캘리포니아=AP/뉴시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을 압류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워싱턴 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부실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창문에 빗방울 사이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간판이 보이는 모습. 2023.03.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엄습한 가운데, 국내 중소형 저축은행 리스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SVB의 수익구조가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 등 한쪽으로 쏠려 있던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자산이 치우친 국내 저축은행도 금융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에서는 은행 파산을 대비해 예금자보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업과 종합지급결제업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저축 PF대출 쏠림 리스크 재부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SVB 파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의 주거래은행인 SVB는 예금자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예금이 87.6%에 달할 정도로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만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어 총자산의 56.7%에 해당하는 자산을 채권 등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이런 가운데 미 금리인상으로 예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까지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대규모 예금인출인 '뱅크런'사태까지 발생해 SVB는 끝내 파산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와 금리인상 등 미국의 금융긴축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SVB는 상황이 안 좋은 기업들이 주 고객으로 너무 집중돼 있는 게 문제였다"며 "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엔 부담이 컸고, 결국 장기물 채권을 샀는데 요즘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올라 평가손실이 크게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저축은행이 예의주시 된다. 저축은행 역시 SVB처럼 자산이 부동산 PF대출 등 대부분 한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PF대출의 파장을 실감했으나, 이번 SVB파산 사태로 이런 위험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는 것이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PF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상위 10개사의 부동산 PF대출은 4조5357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53.2%(1조5751억원) 증가한 규모다.

자산 상위 5위에 포함되는 대형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PF대출 잔액은 2조6295억원이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약 45% 급증한 수치다.

자본 적정성이 취약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자산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례로 다올저축은행은 2021년 12월에 다올투자증권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PF대출이 1년도 채 안 돼 가파르게 늘었다. 그 과정에서 부실여신 및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된 금액이 수백억원으로 측정됐다.

이는 저금리 때 부동산 활황을 타고 공격적으로 PF대출을 늘린 결과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일부 채무불이행이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채권 등 자금조달 시장을 경색하게 만들어 레고랜드 사태를 유발했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역시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상상인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들은 높은 비중의 주식담보대출을 보유하며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대출 대상 대부분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으로 돼 있어 향후 반대매매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 때문에 최근에는 포트폴리오에서 유가증권 담보대출 비중을 점차 낮추고 있는 추세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SVB 파산 사태와 레고랜드 사태의 공통점은 유동성이 좋을 때 돈이 풀렸다가 돈이 다시 회수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미국도 표면적으로 SVB파산이 문제로 보이지만, 모기지 쪽도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타클라라=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2023.03.12.
[산타클라라=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2023.03.12.

혁신금융업자, 예금보호 여전히 구멍

금융회사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은행이 파산하게 되자, 일각에서는 자신의 예금이 정말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단 미국은 SVB파산과 관련해 예금보호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국내 은행은 현행 제도에 따라 예금자 1명당 5000만원 한도로 보호해주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선불업자와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지급결제업자에는 이러한 예금보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선불업자들은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플랫폼에 충전된 소비자의 돈을 신탁(90%)·은행 예치금(10%)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예금보호금액이 극히 적거나 아예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신탁은 은행 계정과 별도로 보관된다는 점에서 안전하기는 하지만, 자산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을 온전히 못 돌려받을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신탁으로 운용되는 자산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다.

은행 예치금은 예금보호 대상이나 소비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극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예치금 명의자가 소비자가 아닌, 선불업자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선불업자가 예금보험금으로 5000만원을 수령하게 되면 수많은 소비자가 그 5000만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형국이 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보험사에 추진 중인 종합지급결제업에도 예금보호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급결제업도 선불업과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계좌에 있는 소비자의 돈을 은행 예치금으로 보관해야 하는데, 명의자를 소비자가 아닌 지급결제업자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이같은 예금보호 문제를 수년전부터 논의해왔으나 여전히 결론 내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금법 개정으로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예금보호제도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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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은행 파산하는데…국내 중소형 저축은행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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