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최대 은행 몰락…은행권 개혁 변수되나

기사등록 2023/03/13 15:46:19

[서울=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암호화폐 전문은행인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소규모 특화은행을 설립해 은행권을 개혁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SVB는 금융위원회가 은행 과점 체재 해소 방안으로 추진 중인 '스몰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챌린저 뱅크)' 도입을 위해 벤치마킹하는  해외사례 중 한 곳이다.

13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SBV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FDIC에 따르면 SVB는 지난해 말일 기준 약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내 미국에서 16번째로 크고, 실리콘밸리 내에선 가장 큰 은행이다.

특히 SVB는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해왔다. 따라서 금융위는 지난 3일 진행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의 스몰라이선스 도입 사례 중 한 곳으로 SVB를 언급하기도 했다.
 
SVB는 국내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도입한 'IBK벤처대출'의 모태로도 잘 알려져 있다. IBK벤처대출은 기업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을 국내 환경에 맞게 수정 보완한 상품으로,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받은 유망 스타트업에게 저리로 대출을 지원해주고 은행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워런트를 활용해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신규 은행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은행 업무범위를 세분화하는 '스몰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VB처럼 벤처기업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소상공인 대출 전문은행이나 주택담보대출, 지급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을 만들어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벤처기업 금융중개·지분투자를 해왔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 돈을 또 다른 기업에게 지원하는 사업 구조다.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 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각종 컨설팅, 행사유치, 보고서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자금난에 봉착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SVB는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SVB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으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을 헐값에 내다팔았고, 이로 인해 18억 달러의 대량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고,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해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다.

[산타클라라=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2023.03.12.
[산타클라라=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2023.03.12.
지난 40년간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SVB의 갑작스런 몰락에 금융당국도 소규모 특화은행 정책에 대해 전면 검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은행마저 특수한 사업 모델로 인한 자금 조달의 한계와 이에 따른 무리한 '몰빵' 투자, 미국의 긴축 정책 장기화가 맞물려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국내에 특정 여신 부문에 집중하는 신규 은행의 허가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SVB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상업 금융이 5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개인금융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SVB는 그동안 초과 현금 대다수를 미국 국채 등에 투자,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의 약 51%가 미국 국채와 기관채로 구성됐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VB의 고객이나 사업모델 자체가 금리에 취약한 부문에 노출 비중이 높았다 하더라도 현금 비중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다면 예금인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융당국의 예금 전액 보증 선언으로 SVB 사태가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당분간 SVB처럼 자산규모 대비 증권 비중이 크고 현금 비중이 낮은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경계심과 여진이 진행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벤처캐피탈(VC)와 테크 기업들에 자금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미국 중소기업에 여신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기업)에 대한 불안감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TF에서도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할 경우 은행서비스 경쟁이 촉진되고 금융서비스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화은행의 경우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고,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특성상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높은 경기순응성, 특화은행의 취약구조 등으로 인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왔다.

금융당국도 이번 SVB와 실버게이트, 시그니처 은행 폐쇄 등을 계기로 특수은행의 리스크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관련 정책을 면밀하게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챌린저뱅크 정책을 한다 안한다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SVB의 구체적인 사업모델, 인가 과정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번 미국 뱅크런 사태 등을 감안해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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