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서 작업하던 노부부, 유독가스 질식 사고 발생
유독가스 발생 시 한 번 호흡해도 치명상 당할 수 있어
전문가 "질식재해 고위험 사업장 밀폐공간 관리 중요"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지하실에서 작업 중이던 노부부가 유독가스에 중독돼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밀폐공간 질식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유독가스 발생 시 한 번의 호흡으로도 치명상을 당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풍 시스템 마련 등 질식재해 고위험 사업장 대상 밀폐공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밀폐공간 작업 주의사항 등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1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56분께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축산물유통업체 냉동창고에서 70대 부부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남편 A씨는 숨졌고 아내 B씨는 병원 이송 후 의식을 되찾아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작업을 진행하던 지하 창고는 창문이 없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밀폐된 곳에서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1월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콘크리트 양생 작업 중 밀폐공간에 있던 출입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근로자는 콘크리트 보온양생 용도로 사용한 야자탄을 교체하기 위해 밀폐된 보양막 내부에 들어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간이용 산소마스크가 발견돼 당시 규정에 맞지 않은 제품을 사용한 것은 아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하실 등 밀폐공간에서 작업하기 전 안전 장구 등 올바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에 임하다 유독가스 중독으로 질식사하는 사고가 이어지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밀폐공간에서 질식사고는 총 196건이 발생했다. 3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중 165명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매달 1명 이상이 관련 사고로 숨진 셈이다.
밀폐공간에서 유해가스 흡입 및 산소 부족으로 인한 사고의 치명률은 47.4%로 일반적 사고성 재해(1.1%)보다 44배 높다. 이는 추락(2.5%), 감전(6.4%)보다도 사망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근로자가 산소가 부족하거나 유해가스가 존재하는 작업 장소에 출입하는 경우 사업주는 반드시 근로자에게 공기 호흡기나 송기 마스크를 지급해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대신 편의성을 이유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화재 대피용 간이 산소마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밀폐공간 작업 시 산소·유해가스 농도 등 주의사항에 관한 교육은 의무 이수가 아닌 선택 이수여서 영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교육과정은 현재 의무가 아니라 인터넷 포털에 접속해 광역 교육센터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질식재해 고위험 사업장 대상 밀폐공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밀폐공간 작업 주의사항 등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산소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지하실 등 밀폐된 공간에도 외부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 사업주는 반드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기를 설치해 이를 작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작업자들이 마스크 등 안전 장구 착용에 대한 주의 의식을 갖도록 의무 교육을 시킬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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