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장...한은도 금리동결로 선회하나

기사등록 2023/03/13 15:05:13

페드워치, 0.5%p 인상 가능성 0%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2023.02.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2023.0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SVB 파산의 주요 원인이 지난해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준이 이번 달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자취를 감추고,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좁힐 경우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오늘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SVB 파산으로 은행업계 불안정이 커질 경우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SVB의 파산 원인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의 건전성 악화 때문으로 지적되면서 빅스텝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연준은 지난해 제로 수준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최근 4.75%까지 올렸다.

앞서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을 폐쇄했고, 이어 12일에는 뉴욕주 금융당국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 자금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총 자산은 2090억 달러로 미 은행의 16위 규모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VB의 파산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돼 온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부작용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되자, 스타트업 기업들은 SVB에 맡겨 둔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는 등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SVB는 총 자산의 57%를 미 국채와 기관채 등으로 구성했다. 이는 주요 74개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중이며, 이들 은행 평균 47%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SVB는 고객에게 내 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억 달러의 보유 국채 등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2억5000만 달러의 증자와 5억 달러 투자유치를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저금리 시절 수익률이 높은 미 장기 국공채에 투자한 SVB는 고금리에 가치가 급락한 채권을 매도하면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보유 국채와 기관채 규모가 커진 가운데, 지난해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장기 금리 상승폭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처럼 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경우 은행 손실이 확대되고 자금 압박 심화로 금융시스템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 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미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 전망이 자취를 감췄다.

선물 시장은 '베이비 스텝'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27분 현재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0%로 나타났다. 한때 70%를 넘어 섰던 '빅스텝' 전망 비율이 SVB 사태 이후 큰 폭 내려간 것이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2.3%로 나타났고, 종전에 없던 동결 가능성이 7.7%로 대두됐다.

또 금융시장의 미 연준 최종금리 수준도 5.75%에서 5.5% 이하로 내려갔다. 미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내 놓는 점도표를 확인해 봐야 하지만 이번 SVB 사태로 5.75%를 초과한 기준금리 수준 제시 우려도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SVB 사태로 인해 미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5월과 6월, 7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금리가 연 3.25~5.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지수에 따라 시장 전망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2월 CPI가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6.1%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좁힐 경우 우리나라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과 채권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23원 가량 하락하면서 장중 1300.0원까지 하락했고, 채권 금리도 국채 3년물 기준으로 전거래일 대비 0.242%포인트 하락한 3.457%까지 내려가는 등 기준금리(3.5%)를 하회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금리가 본질이기 때문에 미 연준이 긴축 태도를 강화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물가와 고용을 고려했을 때 연준이 완화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겠지만 기준금리 결정 시,  경기를 고려하는 계기가 되는 등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CPI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초과하지 않는다면 미 연준이 3월 FOMC에서 점도표를 5.50~5.75%로 상향 조정하고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그치거나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 경계가 지속되겠지만 긴축 종반부에서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안정 문제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낮출 경우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 금리도 이미 금리 동결을 반영해 다시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왔고, 금리 인상의 요인이 됐던 원·달러 환율도 20원 가량 하락하면서 1300원 초반대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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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장...한은도 금리동결로 선회하나

기사등록 2023/03/13 15:05:1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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