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진단 결과 공개하면 인센티브?…"공개하는 학교 없을 것"

기사등록 2023/03/11 10:00:00

서울시의회, 전날 본회의서 기초학력 조례 통과

"성적공개…공감얻고 있다면 포상까지 필요할까"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학교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면 교육감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가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조례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위원 9명 전원이 국민의힘 시의원으로 구성된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에서 지난달 14일 의결됐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 보고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일자, 시행 과목, 응시자 수 등 현황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고(7조3항) ▲교육감은 학교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으며(7조1항) ▲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감사 결과를 공개한 학교에 대해 포상할 수 있다(13조)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학교가 학력진단 검사결과를 공개하면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다는 것인데, 교육계에서는 '줄세우기' 우려가 앞선다.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가 뭉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지난 9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 공개는 부모의 교육 수준 공개, 지역별 소득 수준 공개를 초래할 것"이라며 "학교는 학습지원보다 부진학생 감추기 기술이 다시 등장할 것이고 시의회는 감추기 기술이 뛰어난 교사를 유공자라며 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성적 공개에 따른 줄세우기 부작용을 이미 겪은 바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초6·중3·고2가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학교가 치르고 그 성적이 온라인에 공개됐었는데, 당시 일부 학교가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가 적발돼 교직원들이 중징계를 받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 시험을 중3·고2 재학생의 3%만 표집하는 평가로 축소했다.

서울 학교장들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장은 "일반고는 3지망까지 근거리 배정하게 되는데 1~2지망에 기초학력 미달율이 높은 학교가 있다면 지원을 안 할 수도 있다"며 "부족한 학교와 아이들에게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시의회 취지는 알겠지만 꼭 성적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중등교장은 "학생이 진학할 학교를 배정할 때 이 학교 '가겠다, 안 가겠다'는 갈등이 엄청날 것"이라며 "중앙정부도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을 시·도 조례로 갑자기 강하게 밀어붙이는 부분은 굉장히 무리라고 생각한다. 포상을 준대도 아마 공개하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학교 교장은 "지금은 기초학력보다 인성교육이나 학교폭력 예방, 포스트 코로나 시기 교육적 회복 등이 더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며 "(성적 공개가) 정말 교육적으로 필요하고 공감을 얻고 있다면 굳이 포상까지 필요할까"라고 꼬집었다.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포상 내용 등 자세한 사항이 규정된 교육규칙도 서울시교육청이 정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이사갈 때 그 학교의 대학 진학율을 정보 공시를 통해 제일 먼저 확인하는데,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또한 가장 우선순위로 활용될 자료라 걱정과 우려가 많다"며 "학교별 성적 공개의 책무성을 교육감에게 넘긴 부분은 약간 강제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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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진단 결과 공개하면 인센티브?…"공개하는 학교 없을 것"

기사등록 2023/03/11 10: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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