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앗, 또 책 광고잖아."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한 책 광고에 소위 '낚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감동 사연 글로 위장한 책 홍보를 무심코 클릭하고 이내 광고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상황이 빈번하다.
인스타그램 책 홍보 게시글은 주로 광고가 아닌 것처럼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감동적인 사연이나 충격적인 실화인 것처럼 제목을 단 사진을 시작으로 여러 장에 걸쳐 이야기를 전개한 후 마지막 페이지를 통해 "이 게시글은 책의 내용 중 일부"라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출판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글은 팔로워가 많은 홍보용 계정의 경우 게시를 위해 한 건에 최소 1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러한 홍보비용과 반감에도 불구하고 광고글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광고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보고 책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박모(28)씨는 "처음 광고를 봤을 때는 속는 기분이 들어 싫었는데 그 책 광고만 계속 뜨다 보니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마음에 사보게 됐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서 홍보를 시작한 첫 출판사로 알려진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관련 게시글에 피로를 느끼는 이도 있지만 책이 넘쳐나는 출판 시장에서 이러한 방식이 홍보가 되고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측은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책을 주로 출간하는 만큼 이들이 이용하는 채널을 통해 노출시키는 것이 도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포엠은 소설 '백광'을 비롯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누구에게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등을 출간한 출판사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 게시글을 한 번쯤은 보았을 책들로 그만큼 출판사는 SNS를 통한 홍보를 열띠게 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홍보 방식은 음반 홍보에서 차용했다. 음반 홍보사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대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음반 홍보를 한 경험을 살려 출판에 이를 접목한 것이이다.
홍보 효과가 가장 뚜렷했던 것은 지난해다. 지난해 2월 출간된 일본소설 '백광'은 홍보를 시작하기 전에 전혀 반응이 없었지만 게시글을 통해 책을 노출 시킨 후 이틀 이내로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서점에서 발주 문의가 폭주했다. 올해는 인스타그램 책 광고를 시작한 중소형 출판사가 늘며 작년보다 반응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늘어난 책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 독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사원 이모(26)씨는 "책 광고가 워낙 많다 보니 요즘은 감동 사연 소개 게시글만 보면 '이거 또 책 광고겠지' 하고 의심부터 하고 보게 된다"며 "기만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느 출판사 책인지 찾아보고 기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소 책 구매를 자주 하는 성 모(29)씨는 "책 광고를 통해 고민과 사연이 소비되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구매욕이 떨어진다"고 했다.
출판사 측도 이러한 독자들의 반감을 인지하고 있다. 출판사는 "홍보 채널과 출판사가 많아지니 피로감이 오는 게 사실"이라며 "반감이 생겨 더 이상 구매를 하지 않는 소비자층과 그렇게라도 홍보가 되니 구매를 하는 층으로 최근에는 분명히 나뉜 것 같다"며 홍보 방식 다양화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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