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2년 뒤 국내 해역 유입…정부출연연구기관 시뮬레이션 결과 논란
정부, 조사 정점 확대·선박평형수 검사…소비 위축으로 수산업 생계 위협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재앙입니다."
지난 10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전남 여수수산인협회 관계자는 "조그마한 기름 유출에도 손님 발길이 끊기는데, 방사능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되면 어느 누가 수산물을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오염수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 함께 방류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류의 재앙과 같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르면 올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앞두고 국내 수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수산업계는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2013년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에서 생산하는 수산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해양 생태계 파괴되고, 이른바 '피폭 생선'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게 수산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초읽기…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그해 12월 관련 계획안을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배출기준치 이내로 처리하고,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1월1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도쿄전력의 방류시설 완공 시점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르면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ALPS로 정화할 경우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가 걸러지지 않는다. ALPS로 제거가 불가능한 삼중수소에 대해 바닷물과 희석해 농도를 낮춰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삼중수소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500베크렐(㏃) 미만으로 만들면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2년 뒤 국내 해역 유입…조사 정점 52개로 확대·선박평형수 검사 강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안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10년 뒤 국내 해역에 삼중수소가 ㎥당 0.001㏃(베크렐) 정도로 희석돼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정도 농도는 분석기기로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일본 측이 공개한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삼중수소만을 대상을 진행됐기 때문에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십 가지의 방사성 물질들이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이동하고, 농축되는지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측에 정확한 데이터 공유를 요청하고, 오염수 방출 전 과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앞서 '제44차 런던협약 및 제17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될 경우 주변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해수부는 해양 환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기존 45개 해양 방사능 조사정점에서 주요 수산물 생산해역 등을 대상으로 한 7개 정점을 추가해 총 52개 정점으로 확대했다. 격월 조사하는 주요 정점도 22개에서 29개로 늘렸다.
또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 주입한 '선박평형수'를 주입한 선박은 우리나라 관할 수역 밖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한 뒤 입항하도록 조치했다. 또 이동형 방사능 측정 장비를 동원해 선박평형수 오염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또 국내 생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상 범위도 확대했다. 방사능 검사장비는 지난해 15대가 추가돼 총 32대로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방사능 검사대상을 기존 100품종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 품종으로 확대했다.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생계 위협…"정확한 방류 정보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현재 수협중앙회는 일본 원전 오염수 대응단을,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대책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수협 관계자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안전에 관한 우려가 확대되고, 수산물 소비위축 등 수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된 만큼 상황별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지자체와 협력해 수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바다는 어느 한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세계 인류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유물이며 이웃 국가에도 환경오염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은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를 일본정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바다의 안전을 위해, 우리의 식량 주권과 어업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정확한 방류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오염수가 후쿠시마 연안을 시작으로 태평양까지 유입되면 여러 방사성 물질들이 해양생태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전 핵종에 대한 방사능 검측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가 과학적으로 조사와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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