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 및 항거불능 상태 두고 검찰-피고인측 대립
피해자가 제출한 녹취 파일 증거 능력두고 공방도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JMS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78)씨의 성범죄 혐의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정씨의 재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신보다 위에 있는 메시아라고 말하며 신도들을 세뇌했고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지난 2018년부터 수년에 걸쳐 충남 금산군 소재 수련원 등지에서 홍콩 국적 여신도 A(28)씨와 호주 국적 여신도 B(30)씨를 수차례 강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검찰에서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특히 정씨 측 변호인은 발표 자료를 통해 정씨가 피해자들을 세뇌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당시 피해자들을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씨 측 변호인은 “정씨는 자신이 JMS며 예수님보다 더 위에 있는 자라고 말하는 등 신도들을 세뇌하거나 설교한 사실이 없다”라며 “이는 자신이 예수님의 뜻을 잘 알고 가르치는 자라는 의미에서 확대된 개념의 메시아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 절대적 메시아는 예수님 1명이라는 것이 다른 기독교와 다르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소장에 기재된 ‘신앙 스타’ 역시 키가 크고 예쁜 여성만 선발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선발했으며 이 사건을 일반적인 종교단체와 동일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씨 측은 피해자가 외부 사람과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었고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교회에서 교육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제시하며 피해자들이 세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씨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로 A씨가 제출한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했다.
하지만 정씨 측은 A씨가 녹음 파일을 웹 디스크에 올린 뒤 휴대전화를 바꿨기 때문에 원본이 없고 제출된 파일은 사본이기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조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해당 파일이 원본과 같다는 것과 증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달 28~29일 또는 다음 달 3~4일 중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직접 불러 신문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녹취록에 대한 진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A씨에 대한 신문을 마친 뒤 해당 녹취 파일을 원본과 같다고 인정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녹음 파일은 A씨의 전 남자친구인 C씨가 피해사실을 알게 된 뒤 증거를 남기기 위해 A씨에게 녹음하라고 조언했고 A씨가 조언에 따라 녹음하면서 생성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7일 진행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C씨는 “자신이 A씨의 피해사실을 알게 된 후 A씨가 홍콩으로 돌아갈 시기가 돼 정씨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인사를 하러 가면 피해를 추가로 입을 것이 우려돼 가지 말라고 했다”라며 “A씨는 주변에 같은 JMS 언니가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피해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녹음하라고 조언했다”라고 진술했다.
C씨는 A씨가 마지막 연락을 남긴 뒤 2~3시간 뒤에야 다시 연락이 닿았고 이미 당시에는 피해를 입어있는 상황이었으며 C씨가 녹음 파일을 보내며 잘 간직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때 A씨가 녹음 파일을 웹 디스크에도 저장했으며 자신이 범행을 당한 뒤 정씨가 나쁜 사람인 것 같지만 진짜 메시아일지도 모른다는 혼란 상태에 있었다고 C씨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한 구속 만기일을 고려해 빠르게 재판을 끝내기 위해 오는 21일 오후 2시 피고인 측 증인신문을 실시한 뒤 피해자 2명에 대한 신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씨의 구속 만기 기간은 다음 달 28일이다.
한편 정씨가 재판에 넘겨진 뒤 한국 여성 신도 등 총 3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또 독일 국적의 여성도 추가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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