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차별 받는 울산 여성노동
학교 비정규직, 유치원 5시간 돌봄전담사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아침에 밥하고 나면 할 일 없잖아. 좀 일찍 나와."
울산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5시간 방과후 전담사' A씨가 원감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 A씨를 만나 '학교 안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상을 들었다.
A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이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는 “오후 1시에 출근하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원감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전에 나오라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계획안에 있는 수업을 다 안했다고 엄마들은 민원을 넣는다”며 “관리자는 계획안대로 수업하라고 한다. 우리에게 수업 준비 할 시간을 주면서 그런 얘기를 하라”고 억울해했다.
또 다른 5시간제 유치원돌봄전담사 B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씨는 “학부모가 상담하고 싶다며 오전에 연락이 온다. 상담하고 나면 출근시간이 빠듯하다”며 “집에서 사실상 오전 근무를 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6시가 퇴근시간이지만 맞벌이 가정 자녀일 경우 오후 7시가 넘어서 하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초과 근무를 해도 수당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유치원돌봄전담사 C씨는 "출근하면 바로 교실 투입, 청소 후 퇴근한다. 수업 준비는 집에 가서 해야 한다. 압축 노동의 끝판이다. 유치원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싶다"며 전일제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에 강요돼 온 돌봄 노동이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울산지부는 이날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리, 청소, 돌봄 등 ‘여성의 일’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야의 노동자 20여명이 참석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교육공무직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방학 중 임금을 받지 못한다”며 “방학 때면 물류센터로, 식당으로 겸직허가를 받고 떠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당한 노동 가치 인정 없이 헐값에 학교의 빈 곳을 채워왔던 한계가 드러나는 중”이라며 “오는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5시간 유치원돌봄전담사들의 전일제 전환, 임금 체계 개편 등을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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