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빠진 '제3자 변제'에 피해자 강력 반발…해법 추진 험로(종합)

기사등록 2023/03/06 15:37:44

최종수정 2023/03/06 16:19:39

日 대신 국내기업 돈으로 배상…직접 사과도 빠져

양금덕 할머니 "동냥처럼 주는 돈 안 받아" 반발

배상금 거부하고 정부에 무효 소송 제기할 가능성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정부가 한국 주도의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안을 6일 공식 발표했으나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강력 항의하는 등 피해자와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해법안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돈을 걷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이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도 빠져 있어 피해자 유가족, 시민단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와 유족들이 무효 소송으로 맞불을 놓 수 있어 징용 문제 배상을 완전히 매듭짓기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는 것이다.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으로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한국 쪽 수혜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방향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16곳이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생존자 3명)이며,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현재 재판이 계류 중인 피해자들도 승소하게 되면 역시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재원과 관련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이 됐던 '직접 사과'도 일본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약 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해법을 두고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참여와 일본 정부의 추가 사죄 등이 포함되지 않아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서,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노력이다. 즉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만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이 청년들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서고 여기에 피고 기업들이 일정 부분 출연하는 '우회 참여' 방식을 추진 중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삼일절인 1일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이용수, 양금덕 할머니가 손을 잡고 있다. 2023.03.0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삼일절인 1일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이용수, 양금덕 할머니가 손을 잡고 있다. 2023.03.01. [email protected]

남은 관건은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다. 피해자 측은 제3자가 재원을 만든다 해도 피고 기업이 일부 나마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당장 일제강제동원 피해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에 대해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본 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동냥해서 (주는 것처럼 하는 배상금은) 안 받으련다"고 반발했다.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정부안을 수용할 수 있는 분도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분도 존재한다"며 "제가 대리하는 사건 가운데 일본 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분들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최근 면담한 유족들도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강조하면서도 정부안 동의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피해자와 유족 일부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법원 재판부에 배상금을 맡기는 '공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유족들은 무효 소송에 나서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설 수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법리적으로는 끝까지 판결금 변제를 수령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며 "해법에 반대하시는 원고들이 있다는 가능성을 예상하고 다각적인 법률적 검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의 상황은 아니고 앞으로의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한 분이라도 빠지지 않고 판결금을 수령하도록 최대한 정부가 노력해나가겠다는 것이 현재 정부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직접 소통한 결과 상당수 유가족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속한 해결을 희망했다"며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 관련 이해·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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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빠진 '제3자 변제'에 피해자 강력 반발…해법 추진 험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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