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반가량 첫 재판 차분한 분위기
침묵 일관하다 尹발언으로 검찰 비판
"김문기와 친분" 증거에도 미동 없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법정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공판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됐다.
이 대표는 5시간30분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 공소사실 낭독에만 1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알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 논란이 확산되자 비판 여론을 의식해 관계를 부정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허위로 답변했다고 보고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검찰 조사 출석 당시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던 이 대표는 이날 출석부터 재판 내내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변호인과 작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이 전부였다.
오후 재판을 앞두고서야 이 대표는 입을 열었다.
휴정 시간 후 다시 법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에워싼 지지층에게 손짓을 하던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 관련) 검찰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김만배를 몰랐다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선 조사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는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 수십명에 대해 소환 조사를 했고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선 법원이 밝혀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전 재판에 이어 자신과 닮은 꼴 발언으로 고발됐던 윤 대통령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19억원에 사들여 두 사람의 관계가 논란이 됐는데, 윤 대통령이 김씨에 대해 처음에는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식 등 동석 의혹이 제기되자 친분이 없다며 말을 바꾼 바 있다.
오후 재판에서 검찰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쏟아냈지만 이 대표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다수를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김 전 처장과 손을 맞잡고 나무를 끌어안은 이 대표의 모습도 포함됐다.
생전 김 전 처장이 가족에게 보내는 영상을 통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하며 "시장님, 본부장님과 골프를 쳤다"고 언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재판을 마친 이 대표는 법원 밖 인파를 가로질러 차량에 탑승해 법원을 떠났다. 이날 법원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보수 단체 회원 등이 모였는데, 정치 성향에 따라 갈린 집단 간 고성과 공방 등이 오가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17일 2차 공판을 진행하고 오는 31일에는 유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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